국내에선 반도체를 메모리와 비(非)메모리로 구분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용도로 쓰이는 제품이다. 대표적인 게 D램과 낸드플래시다.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진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되지만 속도가 느리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모든 제품을 말한다. 주로 연산, 추론 등 정보 처리 목적으로 쓰인다. 컴퓨터의 두뇌로 불리는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에서 CPU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자동차에 들어가 다양한 기능을 조정하는 차량용 반도체, 전력용 반도체, 이미지센서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선 비메모리 반도체란 말을 쓰지 않는다. 한국과 달리 반도체를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광개별소자 등 세 가지로 나눈다. 한국식 용어인 비메모리 반도체를 시스템 반도체와 광개별소자로 세분화하는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컴퓨터, 통신기기, 가전기기 ‘시스템’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뜻한다. 광개별소자로는 센서가 대표적이다.

비메모리가 시황을 덜 탄다는 장점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표준 제품인 메모리는 진입 장벽이 낮아 공급 변동폭이 크다”며 “비메모리는 특화제품이고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이 쉽지 않아 시황 변동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AP 및 CPU를 제조하는 업체가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보통 D램 업체들이 AP, CPU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기 때문에 기술 수준 등 스펙을 요구할 수 있는 쪽은 비메모리 업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