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업체 보험에 가입해 매달 80만원씩 넣어온 A씨. 지난해 갑자기 2층 난간에서 떨어져 다쳤다며 총 28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사고가 초보 수준의 ‘자작극’임이 밝혀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A씨는 보험 지식이 해박한 지인 B씨와 짜고 상해·장해 담보를 집중적으로 넣은 뒤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대범해지면서 적발 금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과 보험사들이 잡아낸 보험사기 금액은 7982억원으로 1년 전(7302억원)보다 9.3% 늘었다. 적발된 사람은 7만9719명으로 전년 대비 5.2% 줄었다. 그 결과 1인당 평균 적발 금액은 같은 기간 870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뛰었다.

금감원은 “보험업 모집종사자와 정비업소 종사자의 가담 사례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등 보험사기가 조직화·전문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항구에 정박 중인 원양어선에 불을 질러 화재보험금 68억원을 타거나, 렌터카업체와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차주들이 공모해 16억원을 받아낸 사례도 적발됐다.

상품 유형별로 보면 장기손해보험(44.6%)과 자동차보험(41.6%)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험사기 적발자 중 30~50대의 비중은 2017년 68.5%에서 지난해 66.8%로 줄고, 60대 이상 고령층은 14.5%에서 16.1%로 늘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68.8%, 여성이 31.2%였다.

지난해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는 4981건이었다. 생명·손해보험협회와 보험사들은 이 중 4584건에 대해 23억8710만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보험업계는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보험사기 규모가 연간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