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스튜어드십코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간담회가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다. (사진 = 고은빛 기자)
지난 22일 '스튜어드십코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간담회가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다. (사진 = 고은빛 기자)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이 시험대에 올랐다. 다른 기관투자자와의 연대 등이 부족했다며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의결권 행사 기준을 명확히 세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며 "다른 기관투자자의 지지 연대가 필요했지만 국민연금이 그런 노력을 충실히 했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충직한 집사(스튜어드·steward)처럼 지분을 가진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 지침이다.

김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가 성공한 사례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국민연금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주주총회에선 반대표가 35.9%가 나오면서 조 회장의 연임이 부결됐다.

그는 "대한항공 주총 이틀 전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잡혔고, 주총 전날에야 결정하면서 (기관투자자를) 설득하고 지지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2주 전에 사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시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을 찾아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주총 기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스튜어드십 코드 지침이나 원칙에 충실하지 않은 행태를 보였다"며 "대한항공은 이사의 연임 안건이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반대된 것이고, 다른 기업처럼 일반 결의 사항이었으면 통과됐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는 기준이 불명확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현대상선을 담보로 파생상품을 만들어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를 끼친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고 기권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박 교수도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와 대한항공의 똑같은 상황에 대해 의사결정이 왜 바뀌었는 지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 지에 대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로드맵 세운다

보건복지부도 올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총수일가 위주로 돼 있는 만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에 세부지침을 이행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계속 작업하면서 보완하는 중이며, 로드맵을 갖고 있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올해 지배구조에 문제 있는 회사를 본격적으로 접촉해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며 "개선에 응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선 공표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장기투자자를 이끌어 유니버셜 오너로 행동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유니버셜 오너는 장기간 분산 투자를 통해 자본시장 전체의 주주가 되는 초대형 기금을 뜻한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를 비롯해 펀드매니저도 스튜어드십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국민연금이 대안을 제시해야 기업과 대화의 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지배구조 이슈 등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