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등 수입 세탁기에 매겼던 관세가 미국 소비자 부담을 대폭 늘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입 세탁기뿐만 아니라 미국산 세탁기와 건조기값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미국인들은 안 내도 될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더 지출했다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런 팰런 등 미 중앙은행(Fed) 및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월 수입 세탁기가 미국 내 산업에 피해를 초래한다며 120만 대까지는 20%, 그 이상의 물량에 대해선 50%에 달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관세를 매겼다.

관세 부과 이후 지난해 미국 내 세탁기 가격은 약 11.5% 오른 대당 86달러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건조기값도 약 11.5%씩 올렸다. 게다가 관세를 내지 않는 미국 월풀도 이익 증대,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따른 부담 상쇄 등을 위해 세탁기값을 인상했다.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세탁기 관세의 125~225%를 비용으로 떠안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부담액은 15억달러가량으로 추산된다.

삼성,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미국 공장 조기 가동, 프리미엄 전략 등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작년 3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합계 37%를 차지해 1년 전(36%)보다 1%포인트 올랐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