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보다 '코드' 좇는 국민연금

수익률 1%P만 높여도 고갈 시점 6년 늦출 수 있는데…
증시만 쳐다보는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2017년 이후 투자정책전문위원회를 단 3회 여는 데 그치는 등 수익률 제고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9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2017년 이후 투자정책전문위원회를 단 3회 여는 데 그치는 등 수익률 제고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9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0.92%의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였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출렁인 영향이 컸다. 하지만 캐나다 국민연금(CPP)은 똑같은 시장 환경에서도 같은 기간 8.4%의 수익률을 올렸다. 차이를 낸 건 자산 배분이었다. 캐나다 연금은 증시 영향을 덜 받는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자산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는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은 12%에도 못 미친다.

“위원 임기 2년간 회의 ‘전무’”

신상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2017년 이후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회의 실적’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의 자산 배분 전략과 투자정책을 논의하는 투자정책전문위원회는 단 세 차례 열렸다. 상장사의 주주권 행사 방향을 심의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옛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같은 기간 29번 개최된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정책위는 위원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금운용 및 금융, 대체투자, 해외투자, 자원개발 등으로 세부 분야가 나뉘어 있다. 2017년 이후 열린 세 차례 회의는 모두 5년 중장기 자산 배분에 대한 회의로 5~7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이려면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그 방안이나 전략에 대한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한 투자정책위 위원은 “위원 임기 2년 동안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단독] 개점휴업 국민연금 투자정책委…자산배분 제때 못해 '천수답 수익률'

자산배분·투자전략은 ‘휴업 중’

투자정책위가 ‘개점휴업’을 이어가면서 국민연금 실무자들은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투자정책위가 승인해줘야 사모대출펀드(PDF), 멀티에셋, 싱글 헤지펀드 같은 새로운 자산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다른 기관투자가들은 활발히 투자하고 있지만 국민연금만 담지 못하고 있는 자산들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한 관계자는 “주식과 채권 외 대체투자 비중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확대하려면 새로운 자산군을 편입해야 한다”며 “이를 승인해줄 투자정책위가 열리지 않아 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지난 1월 말 현재 11.8%로 목표 비중인 12.7%를 밑돈다. 대체투자 비중이 50%가 넘는 캐나다 연금과 비교하면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2023년까지 대체투자 비중을 15% 안팎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인프라 등 이미 투자하고 있는 대체자산은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전주 이전 이후 인력도 대거 이탈해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익률보다 스튜어드십 코드”

복지부의 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2년 지출이 수입을 추월해 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2057년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 비율)을 현행 44.5%에서 50%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 공약대로 국민연금 개편을 추진하면 연간 13조여원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된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도 대폭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리면 기금 고갈 시기를 6년 늦출 수 있다.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에 자산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투자 수익률을 좌우하는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도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66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놓고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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