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이었다면 정부 예산이 부족하다고 몇 주씩 지원금 지급을 미뤘을까요? 정부가 중소기업도 아니고….”

예산 책정 부족으로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에 대한 지원금 지급이 늦어지자 근로자 사이에선 “수천억원대 청년 일자리 지원금만 신경 쓰다가 수백억원대 중장년 지원금 지급을 빼먹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청년 고용 사업 확대로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악화되면서 중장년 고용 지원 예산은 외면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1일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은 수입보다 지출이 8082억원 많아 2011년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근로자와 기업이 내는 보험료로 충당하는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급여와 육아휴직급여, 여러 일자리 대책에 쓰인다.

고용보험 재정이 급격히 나빠진 데는 각종 청년 일자리 대책 신설이 영향을 끼쳤다. 청년 정규직을 새로 뽑으면 인건비를 1인당 최대 연 900만원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대표적이다. 두 사업의 지난해 예산은 5485억원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급등 여파로 실업자와 실업급여 지급이 대폭 늘어난 것도 재정 악화에 일조했다.

올해는 실업급여 지원액을 늘리고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을 작년보다 두 배 늘릴 예정이어서 고용보험 적자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장년 고용 지원 예산은 감소세다.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에서 고령자고용촉진지원 명목으로 편성한 예산은 올해 336억원에 그쳤다. 작년(1444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임금피크제 지원금 예산도 작년 884억원에서 올해 103억원으로 확 깎았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빠른 고령화로 중장년 고용도 불안해지고 있는 만큼 청년과 고령자 일자리 예산을 균형 있게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