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을 분산해 주는 카지의 ‘아울 콤비 3D 프리미엄 쿠션’.  /카지코퍼레이션 제공
체중을 분산해 주는 카지의 ‘아울 콤비 3D 프리미엄 쿠션’. /카지코퍼레이션 제공
일본은 흔히 ‘강소(强小)기업 왕국’이라고 불린다. 수백 개의 장수 강소기업이 일본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일본·유럽 의료용 쿠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지코퍼레이션도 그중 하나다. 신발 봉제가 주력인 이 회사는 지난해 방석 아이템 하나로 1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오가와 가나메 대표(사진)는 50년 강소기업으로 성장해온 비결을 묻자 “과감한 업종 전환과 ‘방석’이라는 틈새시장 공략, 부드러웠던 가업 승계 과정이 3박자를 이뤘다”고 말했다.

방석 하나로 1300억 매출 올린 '日 카지의 비결'
리스크 감수한 발빠른 업종 전환

1969년 설립된 카지는 아식스에 신발을 납품하는 봉제 공장으로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일본의 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산업이 쇠퇴하자 창업자(오가와 구니오)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부드러운 젤을 이용해 욕창 방지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급격한 고령화사회로 넘어가던 시기에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오가와 대표는 “1980년대 개발한 ‘엑스젤’은 고체지만 액체의 특성을 갖고 있다”며 “형태가 신체 움직임에 맞게 변형돼 체중 압력을 안정감 있게 분산시켜 준다”고 말했다.

엑스젤을 적용해 개발한 휠체어용 쿠션과 노인용 매트는 2000년대부터 일본 의료용 쿠션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유럽산 메모리폼 쿠션보다 성능이 훨씬 좋았기 때문. 지금도 연간 10만 개 이상 팔린다. 그는 “창업주가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고 신사업으로 업종 전환을 결심한 덕분에 기업 수명이 늘어날 수 있었다”며 “봉제산업에만 머물렀다면 지금쯤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석에 집중하고 판로 개척 나서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 2005년 창업자의 아들인 오가와 가나메 대표가 회사를 맡고부터다. 그는 “일본은 4000만 명이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며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만 머물러 있을 게 아니라 B2C(개인과 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게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30만원짜리 방석을 일반 소비자에게 팔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에도 나섰다.

TV와 신문 광고를 통해 ‘당신이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을 계산해 보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오가와 대표는 “매트리스나 베개에는 큰돈을 쓰면서 자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앉아 있는 쿠션에는 인색한 문화를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행복’을 상징하는 부엉이 모양을 디자인에 적용했다. 겉커버는 고급 스웨이드 재질을 사용했다. 그 결과 2005년 오가와 대표가 사업을 맡았을 때보다 기업 규모가 4배가량 커졌다. 그는 “다양한 수면제품을 만들어 보라는 제안을 받지만 방석이라는 틈새시장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유럽, 북미 지역에 이어 한국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그는 “한국도 일본처럼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시팅(sitting) 비즈니스’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가와 대표는 카지가 강소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마지막 비결로 ‘부드러운 가업 승계 절차’를 언급했다. 대다수 2세처럼 그는 일본의 높은 증여세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가업을 잇기 위해 은행 등 외부 투자를 받아 지주회사를 세웠다. 이를 통해 카지의 지분을 모두 인수한 것. 7년 만에 투자자 지분을 100% 사들였다. 그는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많은 2세들이 높은 증여세와 상속세 때문에 가업 승계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