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는 탈(脫)원전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예정지였던 경북 울진군 주민들과 원자력정책연대 등 시민단체는 “에너지 정책 다시 짜라” “공청회 원천 무효” 등을 주장했다.

장유덕 울진군의회 부의장은 “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가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행정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으나 원전업계는 물론 지역주민의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한 직원은 “우리는 물론 480여 개 원전 협력사는 정부의 정책 변화 때문에 장비를 팔아 직원 월급을 주고 있을 정도”라며 “정부가 이래도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환경단체도 비판에 합세했다. 이소영 기후솔루션 부대표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담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아예 빠졌다”며 “당초 작년 발표 예정이던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이 이제서야 공개된 것도 온실가스 감축 문제 때문 아니냐”고 따졌다. 원전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에너지원이다.

김기수 변호사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5년 전 세웠던 에너지 장기 계획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건 법 위반”이라며 “최소한 국민투표에라도 부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위원장은 “대통령 공약보다 법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나중에 정권이 바뀌고 원전 정책이 바뀌면 그때는 어떻게 되느냐”고 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청회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이 의원은 “독일만 봐도 탈원전 정책을 국회 입법과 국민투표 과정을 거쳐 추진한다”며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패널 토론자 중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은 “한국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를 갖춘 데다 최근엔 이상기후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양광의 산림 훼손, 풍력 소음 등 주민수용성 문제 역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를 지금 예상대로 보급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호정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는 “초기에 재생에너지 우량 입지가 다 차고 나면 한계 입지에 설치해야 할 텐데 그럼 (재생에너지 설치)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오를 것”이라며 “주민참여형 사업 등 정책을 촘촘히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