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지난 1월 내놓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6%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이 총재는 1일 연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지고 회복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며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1월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올 하반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올해 한국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반도체 경기 회복이 당시 예측보다 지연될 수 있음을 언급함에 따라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치를 바꿔야 할 정도인지는 좀 더 지켜보고 다음달에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매년 1월, 4월, 7월, 10월 등 총 네 차례 경제전망을 발표한다.이 총재는 최근 주요 국가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데 대해선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설명이다.금리 인하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한은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때 이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시장 일각에선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경기가 아주 나빠지면 금리 인하도 고려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이었다”고 말했다.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구조개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도 했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 개혁과 고용시장의 유연성, 안정성을 높이는 유연안정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규제개혁과 관련해서는 핀테크산업 경쟁력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중국 사례를 언급하며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일단 규제를 계속 풀고, 정부는 (개입하려 하지 말고) 인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일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 확산에 대해 "글로벌 경기가 다소 둔화되겠지만 침체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4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미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된 데 이어 독일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에서 진행된 논의를 종합하면 글로벌 경기가 침체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는 전언이다.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 글로벌 경기침체의 전조란 해석과 경기 흐름 약화 속 시장 참가자들이 과민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맞붙고 있는 가운데 이 총재는 후자에 무게를 뒀다.그는 "미국의 무역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줄지 않고 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 등 정치적 리스크까지 더해져 주요국 경제여건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현재 시점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이 총재는 이어 "현재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수준과 시중 유동성 상황 등에 비춰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금융 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를 아직 늦출 단계가 아니란 점에서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경기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회복 시기와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반도체는 단가 하락과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재고 조정 등으로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예고한 상태다.이 총재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도체 단가가 상당히 빠르게 하락하면서 수출과 매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관련 전문기관의 전망을 종합하면 '일시적 조정국면을 거쳐 하반기 이후 회복'이란 견해가 다수지만 최근 '회복되더라도 조금 늦게, 속도도 더디게'란 견해가 나오고 있어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에 최근 국내 경제에 대해 "성장 흐름이 다소 완만해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이 총재는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유연성을 높이는 노력 등을 비롯해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며 "BIS 총재회의에서 핀테크(금융기술)를 주제로 논의한 당시 중국의 핀테크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정부의 인내(거버먼트 페이션트)'가 꼽힌 바 있는데 이 같은 표현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해 이 총재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4월 수정 경제 전망치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4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바뀔 가능성이 낮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이날 연임 1주년이자 취임 5주년을 맞은 이 총재는 향후 한은 경제연구원이 좀 더 정책 현안 위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외부에서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한은의 모습이 '절간 같다'고 해서 '한은사(韓銀寺)'란 지적을 제기한 데 대한 이 총재의 답이다. 그는 "한은 경제연구원과 조사국 인사 교류 등을 통해 정책현안에 관심을 갖는 쪽으로 하겠다"며 "해외 주요국 중앙은행의 조사국 현황에 비춰 종래의 한은 경제연구원처럼 학문적인 연구소를 두고 있는 중앙은행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하방리스크 조금 더 커져…성장률 전망치 바꿔야 할 정도인지는 점검해봐야""반도체 경기 하반기 회복 전망…최근엔 시기 지연, 속도 둔화 우려 나와"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리와 경제성장률 전망치 유지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본부에서 연임 1주년을 맞아 기자단 오찬간담회를 하고 이처럼 밝혔다.이 총재는 "지금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현재 기준금리 연 1.75%는 중립금리 수준이나 시중 유동성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며, 금융 불균형 위험 경계를 아직 늦출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그는 "통화정책이 더 완화적으로 가야 하는지는 경기 흐름과 금융안정상황 전개 방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문답 과정에서 경제가 아주 나빠지면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정책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전제를 붙여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주요국 통화정책은 대체로 현재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연준이 지난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완화적 스탠스를 밝히니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됐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금리 수준 유지 기한을 여름에서 연말로 늦췄으며 일본은행도 당분간 현재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그는 이런 기조로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과 글로벌 경기둔화 흐름 완화, 자본유출 우려 완화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했다.반도체 경기를 두고는 "일시적 조정국면 성격이 강하고 하반기 이후엔 메모리 수요 회복에 힘입어서 개선된다는 견해가 아직은 다수로 파악된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아주 최근엔 회복 시기가 늦춰지고 속도도 느려진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서 상당히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올해 1·2월 경제 지표를 합해서 보면 최근 국내경제 성장 흐름이 다소 완만해졌다고 평가했다.그는 "대외여건 변화를 감안하면 하방리스크가 조금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1월에 내놓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이달에 바꿔야 할 정도인지는 좀 더 짚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추경과 관련해서는 1월 전망치에 반영이 안 돼 있으며 아마 4월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추경 영향은 시기와 규모, 지출 내역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그는 미국 무역정책 관련 불확실성은 앞으로 전개 방향과 영향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관해서는 "아직은 과도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에서도 글로벌 경기가 다소 둔화하기는 해도 침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미국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가 해소된 걸 보면 금융시장이 다소 과민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그는 말했다.그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국고채 3년 물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는데 이는 글로벌 장기금리 하락과 외국인 국채선물 대규모 매수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이 총재는 "구조개혁 필요성은 늘 강조해왔으며 어디에 역점을 둬야 할지는 이미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본다"면서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혁신, 유연 안정성 제고(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높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중국에서는 핀테크가 발전한 배경으로 큰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정부가 인내하고 풀어줬다는 점을 든다"고 소개하며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해서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그런 논의가 이루어질 여건이 됐다고 언급한 것은 원론적인 얘기였다고 한발 물러섰다.지금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