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블루보틀' 인스타그램
사진='블루보틀' 인스타그램
블루보틀이 4월 중 1호점을 오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스타벅스, 할리스커피 등 기존 커피업계는 고급 원두를 강화하고 있다. 수준 높은 커피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블루보틀 1호점인 서울 성동구 성수점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올해 2분기 중 삼청동에 2호점을 낼 예정이다.

블루보틀은 미국 커피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2002년 '커피광'이었던 클라리넷 연주자 제임스 프리먼은 상업적인 커피 사업과 잘못 볶은 원두에 실망해 신선하고 수준높은 커피를 직접 만들겠다며 친구의 차고에서 블루보틀을 시작했다. '커피업계의 애플'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후 블루보틀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SNS를 애용하는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큰 화제가 됐다. 커피업계도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하는 모습이다.

업계 1위인 스타벅스는 싱글 오리진 스페셜티 커피(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 평가에서 인증을 받은 최고급 생두로 만든 커피) '리저브'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저브 바' 매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했다. 이 매장은 2016년 5개점에서 2017년 15개점, 지난해 44개점, 올해 1월 46개점으로 늘었다.

스타벅스 리저브 바 매장은 단일 원산지의 스페셜티 커피로 선별한 30여 가지의 다양한 리저브 원두와 숙련된 바리스타, 리저브 전용 추출기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전용 머그 등 기존의 일반 매장과 차별화한 매장이다. 회전율보다 전문 바리스타와 추출 과정 등 커피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천천히 즐길 수 있도록 한 콘셉트는 리저브 바 매장만의 차별화된 핵심 전략 중 하나다.
블루보틀 입성 초읽기…마케팅보다 '원두'에 집중하는 커피업계
업계 2위인 투썸플레이스는 신논현역점을 통해 에스프레소, 라떼, 콜드브루, 크림모카치노, 커피샘플러 등 여러 형태의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신논현역점의 스페셜티 원두는 에티오피아산에 이어 현재 과테말라 원두를 사용한다.

또한 투썸플레이스는 서울 한남동에 에스프레소 특화 매장 'TSP737'을 열고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커피 큐레이션(Curation, 맞춤형 추천 서비스) 경험을 전달하고 유러피안 커피 문화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할리스커피는 2016년 '할리스커피클럽'이라는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3개점을 잇따라 열었고 2017년 5개점, 2018년 8개점, 지난 2월 기준 10개점으로 확대했다. 드롭탑도 지난달부터 에스프레소가 들어가는 전 메뉴에 사용하는 원두를 스페셜티 커피로 전면 개편했다.

엔제리너스는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에 프리미엄 스페셜티 매장을 오픈했고 SPC그룹의 커피앳웍스는 서울 동부이촌점에서 일대일 개인 맞춤형 원두 로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맥심을 판매하는 동서식품도 지난해 서울 한남동에 고급 원두로 만든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지하 4층, 지상 4층짜리 '맥심 플랜트'를 오픈했다.

블루보틀이 한국에 진출하는 이유는 세계 3위 규모의 커피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유로모니터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카페커피 시장은 미국이 260억860만달러로 1위이며 중국이 50억7100만달러로 2위, 한국은 43억2400만 달러로 3위, 일본과 영국,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베트남, 독일이 뒤이어 랭크됐다.

한국은 인구 규모에 비해 유독 커피에 대한 사랑이 크다.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블루보틀 마시러 일본에 간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고 도쿄 등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들은 블루보틀을 방문하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다.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년간 블루보틀 미국과 일본 매장을 다녀간 한국인 단골손님과 만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과 소통했다"며 "어느 매장이건 한국인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고 블루보틀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한국인이 미국인 다음으로 많다"고 말했다.

특히 빨리 만드는 국내 커피업계의 흐름과는 반대로 최상의 맛을 가진 커피 한 잔을 내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제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숙련된 바리스타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면서 한 잔당 최대 15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블루보틀이 론칭 초기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스타벅스 리저브 등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을 크게 경계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한국인들이 블루보틀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며 "블루보틀이 일본에 매장을 열 때부터 한국에 진출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그 때부터 스페셜티 라인업을 강화해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성수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 바리스타는 "블루보틀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은 기존 커피업계에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이라며 "블루보틀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국 커피 시장 규모에 걸맞는 수준 높은 커피가 다양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블루보틀의 본질은 커피의 품질에 있지 않고 '느림의 미학'에 있다"며 "대충 만들어 빨리빨리 소비하는 한국 프랜차이즈 커피 문화에 대한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사진='블루보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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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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