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또 낮춘 한은…"금리 내릴 때는 아니다"

올해 2.5% 성장 전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또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해 금리 인상 의지를 접었다.

한은은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1.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통화정책 방향 발표문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암시해 온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문장을 삭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브리핑에서 “통화정책 방향성을 미리 정하지 않고 추이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2017년 11월 금리 인상 이후 1년5개월간 켜온 ‘인상 깜빡이’를 아예 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2.9%로 봤지만 이후 네 차례 수정치를 내놓을 때마다 0.1%포인트씩 내렸다. 이 총재는 “올 1분기에 수출·투자 흐름을 점검한 결과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파악돼 이를 반영했다”고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 전환과 관련해 “곧바로 금리 인하까지 검토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2.9→2.8→2.7→2.6→2.5%…성장률 전망 1년새 네 번 낮춘 한은

“1분기 수출, 투자 부진 정도가 예상보다 심했습니다. 성장률 전망도 소폭 낮췄습니다.”

한국은행이 18일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0.1%포인트 깎는 내용의 통화정책 방향을 발표하자 브리핑이 열린 한은 기자실이 순간 술렁였다. 발표 직후 국고채 금리도 급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발표 전까지만 해도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우세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1분기 수출·투자 부진이 그만큼 심각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네 차례 연속으로 깎았다. 지난해 1월 2.9%로 처음 제시한 이후 다음 발표 시기였던 4월까지 유지하다가 이후 7월과 10월, 올해 1월에 이어 이날까지 0.1%포인트씩 내리 떨어뜨렸다. 경기 하강 속도도 한은의 예상을 웃돌았다는 의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투자·수출 ‘빨간불’

한국은행은 이날 ‘2019년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5%, 내년 2.6%로 내다봤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이번에 수정한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와 일부 외국 기관 전망도 밑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2.6~2.7%로 제시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각 2.6%를 제시했다.

한은이 이처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은 올 1분기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나빠진 데 따른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1분기 수출·투자의 흐름을 점검한 결과 당초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돼 이를 반영했다”고 성장률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이 가장 눈에 띄게 하향 조정됐다. 올해 1월에는 2.0%였으나 이번 전망에서 0.4%로 대폭 낮췄다.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조정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품수출 전망도 크게 낮췄다.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 1월 3.1%에서 0.4%포인트 낮춘 2.7%로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1분기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690억달러에서 665억달러로 줄었다. 내년에는 650억달러로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부진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봤다. 취업자 수가 연간 14만 명 늘고 실업률은 3.8%에 이를 것이란 1월 전망을 이달에도 유지했다. 하지만 고용의 질은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한국 주력 제조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조선 등의 고용 상황이 구조조정과 업황 부진의 영향으로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연령별 취업자 수를 봐도 취약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성장률, 잠재 수준 벗어나

한은은 통화정책 방향에서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라는 문구도 삭제했다. 사실상 성장률이 잠재 수준 밑으로 떨어져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한은은 경기가 하반기 들어서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반도체 수출도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성장률 역시 하반기엔 지난해 연간 수준인 2.7%까지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은이 지난 1년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번 하향 조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이 맞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도 “반도체 경기가 전망대로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회복 속도가 늦어지고 시기도 더 지연될 것이라는 견해가 여전하다”며 부정적 전망이 만만치 않음을 내비쳤다.

고경봉/김익환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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