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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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국가산업단지 일부 입주기업들이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배출 수치를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적 맹점을 악용한 비리의 전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5만8932개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관리·감독 업무는 2002년 환경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지자체마다 몇 명 되지 않는 담당 공무원으로 실시간 감시망을 구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기업 스스로 또는 전문업체에 맡겨 대기오염물질 배출 수준을 측정하고, 기준치를 초과하는 결과가 나오면 자체 개선하는 방안으로 제도를 마련했다.기업이 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을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는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이날 "적발 사례가 대기오염 저감 정책 기본을 뒤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 상시 감시가 가능한 굴뚝자동측정기기(TMS) 부착이 의무화됐으나 대당 설치가격은 2억5000만원, 연간 유지비용은 3000만원에 달한다. 부피도 화물 수송용 컨테이너 상자만큼 커 소형 배출시설에는 설치가 불가능하다.

측정값을 조작한 여수산단 한 화학기업은 모두 13개의 TMS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기배출원관리시스템이 여전히 기업 자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적발된 기업들은 TMS가 설치되지 않은 소형 배출시설의 측정값만 조작했다.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는 전국적으로 395곳이 영업 중이다. 이들 업체는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체와 계약할 경우 연간 15억∼18억원 정도를 받는다. 대행업체가 측정값을 거짓으로 기록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데도 유착이 근절되지 않는 실정이다.

적발된 기업들은 대행업체와 짜고 배출농도 측정값을 조작해 설비개선 비용을 아끼고 심지어 기본배출 부과금까지 면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드론(무인비행장치)과 이동측정차량을 활용해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1∼2㎞ 떨어진 원거리에서 자외선(UV) 또는 적외선(IR)을 쬐 배출농도와 양을 측정하는 실시간 감시시스템 구축도 추진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2월부터 시행 중인 감사원 감사와 전국 일제점검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촘촘한 첨단 감시망을 구축해 미세먼지 불법배출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