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덕분에 이제 경기침체가 설레이게 기다려집니다."

마경환 MKH글로벌파트너스 대표(사진)가 미국 보스턴에 살고 있는 교포로부터 받은 이메일의 내용이다. 이 교포는 자신이 우연찮게 경기확장 국면을 맞이해 돈을 벌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경기에 대한 우려로 재테크를 고민하던 차에 마 대표가 지난해 3월 발간한 '채권투자 핵심 노하우'를 읽었다. 이제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자산을 불릴 수 방법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며 고맙다고 했다.

마 대표는 대한투자신탁(현 하나금융투자)에서 12년,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에서 12년 등 2018년 말까지 24년간 금융투자업계에서 일했다. 올해 금융기관 직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투자 교육 및 자문을 하는 MKH글로벌파트너스를 세웠다. 자신의 투자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마 대표는 "지속가능한 수익을 위해서는 채권에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투자 썰쩐] (17) 마경환 "경기침체가 설레이게 기다려지는 채권 투자"
◆"올해 경기침체 없다…그러나 하산 준비도 해야"

채권은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 등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서다. 투자자는 채권 만기에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확정된 이자(이자수익)가 있기 때문에 주식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된다.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의 변동도 있다. 매매 시점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마 대표는 거시경제를 보는 눈이 있으면 채권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는 없다고 말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채권 가격을 움직이는 금리의 변화는 경제 상황에서 알 수 있기 때문에, 경제를 안다면 투자가 쉽다는 것이다. 채권은 경기가 나쁠 것으로 전망될 때 가격이 올라간다. 주식보다 손실 위험도가 낮아 안전자산인 채권의 수요가 많아지는 것이다. 또 경기가 나쁘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가능성도 크다.

[투자 썰쩐] (17) 마경환 "경기침체가 설레이게 기다려지는 채권 투자"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는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마 대표는 "현재 세계 경제의 상황은 레이트 사이클(Late Cycle)"이라며 "산으로 비유하자면 경기확장 국면이 7~8부 능선 정도에 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위험자산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이 조금 더 남아있지만, 예상치 못한 경기침체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올해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경기확장 국면이 꽉 차가기 때문에 하산할 준비도 해야 한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레이트 사이클의 특징은 높은 변동성과 수익성이었다. 우량 주식 및 채권 투자를 통해 이 시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오는 7월이 되면 미국은 120개월 연속 경기확장 국면에 진입한다. 미국 근대 역사상 최장이다. 이제 수익과 위험 관리를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우량주 상장지수펀드(ETF), 배당주 ETF, 저변동성 ETF와 채권에서는 상반기까지 미국 하이일드채권 ETF, 하반기와 내년을 준비하는 관점에서 글로벌 투자적격채권 펀드 내지 ETF를 추천했다.

◆ "지속가능한 투자수익, 손실 낮추는 데 중점"

마 대표는 2003년 대한투자신탁의 국제부로 발령받아 해외펀드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미국 채권펀드가 300억원 정도 판매됐는데, 투자 원금이 깨져있었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했던 것이다. 만기가 두 달 남아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미국 하이일드채권 펀드로 갈아탈 것으로 권했다. 투자부적격 신용등급을 가진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는 주식과 같이 금리 상승기(경제 호황기)에 수혜를 보기 때문이다.

두 달 뒤 원금이 회복됐다. 투자자들은 마 대표를 신뢰했고 이후 4000억원의 하이일드채권 펀드를 팔았다. 위기도 찾아왔다. 2004년 4월 원자바오 중국 국무원 총리가 긴축 발언을 내놨고,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그가 판매한 피델리티 미국 하이일드채권펀드도 한 달 만에 4%의 손실이 났다. 그 길로 미국 보스턴으로 가 담당 매니저와 일주일간 회의를 했다. 회복 가능할 것이란 판단을 내렸고 결국 좋은 수익을 안겨줬다. 1년6개월 만에 대한투자신탁의 해외펀드 잔고는 1조원이 됐다. 자리를 옮기 프랭클린템플턴에서도 6000억원 이상의 신흥국채권펀드를 팔았다.

마 대표는 "채권 및 해외 금융상품을 담당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한 번은 실수할 수 있지만 두 번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금융투자업계에서 일하면서 그는 지속가능한 수익에 대해 고민했다. 마 대표가 내린 결론은 채권 그리고 해외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은행 예적금 이상의 수익을 바란다"며 "그런데 금융사 영업점에서는 손실 위험이 너무 높은 상품을 권하고, 여기서 손실을 본 사람들은 다시 투자에 뛰어들기를 꺼리게 된다"고 했다.

고령화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투자는 필수다. 핵심은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것이다. 한국의 주식과 채권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해외 ETF는 분리과세 혜택이 있다. 글로벌 채권과 주식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

마 대표가 분산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손실 위험이 크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 2017년까지 26년간 글로벌 주식에 100% 투자했을 때, 연평균 수익률은 7.3%였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에 반반씩 투자하면 6.5%였다. 수익률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위험은 크게 줄었다. 주식 100% 투자 시 최대 연간 손실률은 42.1%에 달했다. 50대 50으로 투자하면 23.3%였다.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 일조할 것"

그는 현재 경희대에서 퇴직연금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한국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 일조하고 싶다는 것이다. 좀 더 효과적으로 투자자문을 하기 위해 연내 글로벌채권 전문 자문사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마 대표는 "미국에서는 401K를 통해 퇴직 시 10억원 이상을 받아가는 사람이 많다"며 "401K는 확정기여형(DC)인데, 국내 퇴직연금은 80% 이상이 확정급여형(DB)"이라고 지적했다.

401K는 미국의 대표적 퇴직연금 제도로, 근로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골라 운용하고 손익의 책임을 진다. DB형은 퇴직 시 정해진 금액을 받는 것이다. 미국 근로자들이 401K로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것은 20~30년간의 장기투자로 복리 효과를 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1년과 20~30년의 투자는 호흡이 달라야 한다"며 "경제 상황에 맞는 투자가 중요한데, 국채금리에 선행하는 미국의 고용과 제조업지표 등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사진·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