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변호사의 바른 상속 재테크] (42) 보험회사의 승낙 없이 유언으로 보험계약자 지위를 변경할 수 있을까?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다235647 판결>

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고만 함)는 2012. 11. 21. 보험회사인 피고 Y와 두 개의 연금보험(이하 순서대로 ‘제1 연금보험’, ‘제2 연금보험’이라 한다)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피고 Y에게 제1 연금보험료 694,600,000원을, 제2 연금보험료 496,600,000원을 전액 일시불로 지급하였다. 제1, 2 연금보험은 ① 각 피보험자인 원고 X1이 만 50세, 원고 X2가 만 49세에 이를 때까지 생존하면, 피고 Y가 보험계약자이자 보험수익자인 망인에게 매월 일정액의 연금(제1 연금보험에서 정한 연금은 약 200만 원, 제2 연금보험에서 정한 연금은 약 150만 원이다)을 지급하고, ②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법정상속인에게 ‘7,000만 원(제1 연금보험) 또는 5,000만 원(제2 연금보험)과 사망 당시 연금계약 책임준비금을 합산한 금액’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제1, 2 연금보험 약관 제6조는 계약내용의 변경 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계약자는 회사의 승낙을 얻어 다음 사항(1호: 기본보험료, 2호: 계약자, 3호: 기타 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 승낙을 서면으로 알리거나 보험증권(보험가입증서)의 뒷면에 기재해 준다(제1항). 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회사의 승낙을 요하지 않는다. 다만 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변경하는 경우 회사에 통지하지 않으면 변경 후 보험수익자는 그 권리로써 회사에 대항하지 못한다(제2항).

한편,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2013. 9. 27.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가 작성되었다.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에는 망인이 원고 X1을 유언집행자로 지정하고, 피고 Y에 가입한 무배당 즉시 연금보험금[보험증권번호: (보험증권번호 1 생략), 피보험자: 원고 X1]을 원고 X1에게, 무배당 즉시 연금보험금[보험증권번호: (보험증권번호 2 생략), 피보험자: 원고 X2]을 원고 X2에게 유증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제1, 2 연금보험의 보험증권 사본이 첨부되어 있다. 망인은 2014. 2. 2. 사망하였고,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인 B와 자녀들인 C, D, E, F 및 원고들이 있다. 피고 Y는 2014. 3.경부터 원고들에게 제1, 2 연금보험에 따른 연금보험금을 매월 지급하였다.

원고들은 망인이 사망한 이후 피고 Y에게 제1, 2 연금보험의 계약자를 원고들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하였는데 피고 Y가 이를 거절하자, 원고들은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에 따라 원고들에게 이루어진 유증의 대상은 이 사건 각 연금보험계약 자체이므로, 망인의 유증에 따라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연금보험의 계약자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보험계약자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생명보험은 피보험자의 사망, 생존 또는 사망과 생존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으로(상법 제730조), 오랜 기간 지속되는 생명보험계약에서는 보험계약자의 사정에 따라 계약 내용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생명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변경하는 데 보험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의 승낙이 없는데도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보험계약상의 지위를 이전할 수는 없다.

보험계약자의 신용도나 채무 이행능력은 계약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지정·변경할 수 있다(상법 제733조).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일치하지 않는 타인의 생명보험에 대해서는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상법 제731조 제1항, 제734조 제2항). 따라서 보험계약자의 지위 변경은 피보험자, 보험수익자 사이의 이해관계나 보험사고 위험의 재평가, 보험계약의 유지 여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생명보험의 보험계약자 지위 변경에 보험자의 승낙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증은 유언으로 수증자에게 일정한 재산을 무상으로 주기로 하는 단독행위로서 유증에 따라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이전하는 데에도 보험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전액 지급하여 보험료 지급이 문제 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상고기각).

Ⅲ. 해설

1. 유증의 대상이 계약자의 지위 그 자체인지 여부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그냥 연금보험금을 받으면 될텐데 굳이 보험계약자의 지위에 서고자 했던 이유는, 연금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일시금으로 해지환급금을 받고 싶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즉 원고들 입장에서는 보험수익자의 지위를 버리고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얻어야 할 충분한 필요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유증의 대상은 유언장에 기재된 문언대로 ‘연금보험금’ 즉 연금보험금에 관한 권리인 연금보험수급권인 것이지 보험계약자의 지위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① ‘연금보험금’과 ‘보험계약자의 지위’ 자체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이어서 다른 합리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연금보험금을 연금보험계약의 계약자 지위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에 반한다.

② 연금보험에 관한 권리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보험계약자로서의 권리와 보험수익자로서의 권리가 대표적이다.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할 수 있는 권리와 보험계약 자체를 해지하고 해지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반면 보험수익자는 보험계약 자체를 변경하거나 해지할 수는 없고 단지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계약에 정해진 바에 따른 보험수익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 중 보험계약자로서의 권리는 망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보험수익자로서의 권리도 원칙적으로는 망인이 가지고 있지만, 피보험자인 원고들의 사망시 원고들의 법정상속인이 사망보험금을 지급받게 되어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원고들의 법정상속인이 보험수익자로서의 권리를 가진다. 즉 원고들 자신은 이 사건 보험계약상 어떠한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망인이 유언을 통해 원고들에게 연금보험금을 유증한 것이다.

③ 1심은, 연금보험계약상 지위는 망인의 상속인들에게 귀속되고 보험금만 원고들에게 귀속된다면 망인의 상속인들이 연금보험계약을 해지할 경우 그 해지환급금이 망인의 상속인들에게 분할귀속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민법 제547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사망하였고 그에게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 그 상속인들이 위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속인들 전원이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자의 지위 자체가 원고들을 포함한 망인의 상속인들에게 공동 상속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상속인들이 원고들의 의사를 배제하고 이 사건 각 연금보험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는 없다.

2. 계약자 지위 변경을 위해 상대방의 승낙이 필요한지 여부

유증에 의해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보험자의 승낙이 있어야만 보험계약자가 변경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전액 지급하여 보험료 지급이 문제 되지 않는 경우라도 달리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연금보험 약관 제6조는 계약내용의 변경에 관하여, 피고의 승낙 없이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수 있는 것과 달리(제2항), 보험계약자는 피고의 승낙을 얻어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제1항)하고 있다. 보험계약자의 신용도나 채무 이행능력은 계약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지정·변경할 수 있다(상법 제733조). 따라서 보험계약자의 지위 변경은 보험자가 해당 보험계약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보험계약자 지위 변경에 보험자의 승낙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보험계약자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보험자의 승낙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둔 근본적인 취지가 설사 보험계약자의 변경으로 인해 피고의 계약상 지위가 불리해지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모든 사건마다 보험계약자의 변경으로 인해 피고가 불리해지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따져서 피고의 승낙 요부를 달리하는 것은 거래의 안전을 해치고 약관의 획일성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건처럼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전액 지급하여 보험료 지급이 문제 되지 않는 경우라고 해서 달리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본다.

② 보험계약자의 변경에 피고의 승낙을 필요로 한다고 하여 망인이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것과 유언을 하는 것에 장애가 생긴 것은 아니다. 만약 망인이 진정으로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원고들에게 이전시켜주고 싶었다면 생전에 피고에게 계약자 변경을 요구했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망인은 그렇게 하지 않고 유언으로 연금보험금을 원고들에게 유증했다. 즉 망인은 연금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자유롭게 유언으로 이전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이 부분 약관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무효라는 1심의 판단 역시 타당하지 않다.

3. 소결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유증의 대상은 유언장에 기재된 문언대로 ‘연금보험금’ 즉 연금보험금에 관한 권리인 연금보험수급권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연금보험약관에 기재된 대로 보험자인 피고의 승낙이 있어야만 보험계약자가 변경되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보험계약자의 변경에 피고가 승낙한 바가 없으므로 유언만으로 보험계약자가 변경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대상판결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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