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신 '현금 살포'
청년 5만명 줄세운 정부

1만여명 선정해 구직활동 수당
청년구직활동지원금 1차 접수에 7일 동안 4만8610명이 몰려 4 대 1 안팎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6일 서울 시내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청년들이 지원금 신청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청년구직활동지원금 1차 접수에 7일 동안 4만8610명이 몰려 4 대 1 안팎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6일 서울 시내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청년들이 지원금 신청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3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수당(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자가 첫 달에만 5만 명에 육박했다. 지난달 25~31일 7일간 접수한 결과다. 지난달 청년체감실업률이 25.1%에 달하는 등 사상 최악의 청년취업난 속에 정부 지원금을 받겠다는 청년이 대거 몰리면서 선정 결과 발표일인 지난 15일에는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자를 접수한 결과 4만8610명이 신청했으며 이 중 1만1718명을 선정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일정한 자격 조건만 맞으면 ‘선착순’으로 수당이 지급되는 방식이어서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렸다. 고용부는 선정된 청년에게 예비교육을 거쳐 다음달 1일 50만원(클린카드 포인트)을 지급한다.

청년 울리는 '청년수당'…"구직 않고 오래 놀수록 돈주는게 말 되나"

고용부는 올해 이 사업 예산으로 1582억원(약 8만 명 대상)을 책정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는 2017년 서울시가 처음 시행한 청년수당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고용부 외에 전국 14개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용부는 청년 고용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졸업 후 2년 이내 미취업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포퓰리즘적인 청년실업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늘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당첨자 발표하는 날인데 하루 종일 사이트가 먹통이네요. 접속에 성공하신 분 있나요?”

정부가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총 3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수당(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 결과를 통보한 지난 15일 한 온라인 취업준비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당첨자’ 발표시간으로 예정됐던 이날 오후 6시30분 이후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청년센터 홈페이지는 한동안 접속되지 않았다. 당첨 여부를 확인하려는 청년수당 신청자 등 수만 명이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청년체감실업률은 25.1%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체감실업률은 단기 아르바이트와 장기 취업준비생도 실업자에 포함한 개념이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자라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온라인에서 빚어진 이 촌극을 두고 청년 실업자들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유도라는 정공법 대신 일회성 ‘현금수당’을 통한 임기응변식 청년실업 대책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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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활동지원금이 뭐길래…

고용부는 지난달 25~31일 7일간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을 접수한 결과 총 4만8610명이 신청했다고 16일 발표했다. 고용부는 이 가운데 1차 심사 통과자 1만8235명 중 1만1718명에 대해 소정의 교육을 거쳐 다음달 1일 50만원(클린카드 포인트)을 지급할 계획이다.

구직활동지원금은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반대 끝에 2017년 처음 시행한 ‘청년수당’ 제도를 전국화한 것으로 고용부는 지난달 첫 신청을 받았다. 지원대상은 만 18~34세 미취업자 중 △고교·대학(원) 졸업 또는 중퇴 2년 이내고 △중위소득 120%(4인가구 기준 월 553만6243원) 이하 가구원이다. 선정된 청년들에게는 6개월간 월 50만원이 지원된다. 고용부는 올해 1582억원의 예산을 들여 총 8만 명에게 각 300만원을 클린카드 형태로 지급할 계획이다.

70%에 달하는 대학진학률로 고학력 청년비중이 높은 데다 구직과정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취업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지원 기준을 정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지원대상 선정 방식이다. 고용부는 청년수당을 졸업·중퇴 후 경과 기간이 길수록, 비슷한 지원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없을수록 우선적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기존의 정부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나 지방자치단체의 비슷한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면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역으로 졸업한 지 2년이 가까워지고 그동안 어떤 취업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만으로 지원 ‘0순위’가 된다는 얘기다. 졸업 후 구직프로그램 참여 등 노력을 했음에도 아직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달 말 1주일간 신청한 4만8610명 가운데 지자체 취업프로그램 참여 경험자와 졸업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1차 심사대상에도 들지 못한 청년은 2만8700여 명에 달했다. 그동안의 구직 노력이나 졸업한 지 오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청년수당을 받는 데 걸림돌이 된 셈이다.

“구직활동계획서 잘 쓸 필요 없어요”

첫 청년수당 신청에 1주일간 약 5만 명이 몰린 것은 사실상 ‘선착순’에 가까운 지원방식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1차 심사를 통과한 청년 중 첫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1만1718명을 제외한 나머지 6500여 명은 이달 중 또는 다음달 신청 때 지원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용부는 예산 제약을 감안해 지원이 더 시급한 청년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중복지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졸업 후 경과기간 △유사프로그램 참여 여부 등의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9단계로 나눴다. 졸업 후 12~24개월 경과했으며 유사프로그램 참여 경험이 없으면 1순위, 졸업 후 6~12개월 경과한 경우 2순위가 되는 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1순위에 해당하는 청년이 다음달에 신청하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다. 16일 한 온라인 취업카페에는 청년수당을 신청한 A씨가 “구직활동계획서를 나름대로 정성 들여 썼는데 탈락했다”고 허탈해하자 “계획서 별 의미 없어요. 이번 달에 1만 명 정도 뽑는데 졸업 1년 이상(1순위)만 1만 명 넘는대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고용부는 이 같은 불합리를 의식해서인지 지원 대상자로부터 월 1회 이상 구직활동보고서를 받고 적극 구직의사가 있는 1만 명에 대해서는 심층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현금성 수당이 아니라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일자리”라며 “수당을 주더라도 구직 노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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