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1년 부산·울산 접경지역에 국내 첫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한다.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 등 해체 대상 원자력발전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부산·울산·경북 등 지방자치단체는 15일 부산 기장군 고리1호기 현장에서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열었다. 설립 비용은 2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원전 해체 관련 연구소는 크게 두 곳에 들어선다. 부산·울산 접경지인 고리원전 내에 경수로 중심의 원전해체연구소가, 경주 감포읍에 중수로해체기술원이 설립된다. 국내 원전 30기(현재 건설 중인 원전 포함) 가운데 26기가 경수로이고, 나머지 4기(월성원전)는 중수로다. 세계적으로도 방사능 폐기물이 적게 나오는 경수로가 80% 이상이다.

산업부는 원전해체연구소 등을 통해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본격적인 원전 해체에 나서는 시점은 2022년이다. 약 10년에 걸쳐 해체 설계, 제염, 구조물 분리, 부지 복원 등의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다. 원전 1기 해체에 드는 비용은 약 1조원이다.

하지만 탈(脫)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시장 규모가 훨씬 큰 신규 건설을 포기한 채 해체 산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규 원전을 짓는 것에 비해 해체 산업 규모가 워낙 작아서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해체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원전 생태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