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 서민을 대상으로 여·수신 업무를 하는 저축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울상을 짓고 있다. 가계부채 축소를 정책 목표로 삼은 금융당국이 대출 최고금리 인하 등 규제강화 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실적' 내고도 웃지 못하는 저축은행들
저축은행 순이익 1조원 웃돌아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9개 국내 저축은행의 2018년 당기순이익은 1조1185억원으로 2017년 대비 3.9% 늘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최종 집계치가 나오진 않았지만 2002년 상호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명칭이 개편된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올린 것이 확실시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의 호실적은 수년간의 경기 확장으로 신규대출이 늘어나면서 이자수익이 전년 대비 4430억원 증가했고,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 관리 지표도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위원회의 분석이다.

하지만 올해 저축은행의 실적은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반면 저축은행이 꾸준히 요구해온 규제 완화에는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시중은행에 도입됐던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오는 6월부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본격 적용된다. 시중은행에 DSR 제도가 도입되면서 상당한 가계대출 억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한 차례 더 낮춰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 대출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연 24.0%로 인하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송 의원 안의 최고금리는 연 22.3%, 제 의원 안은 연 20.0%다.

정부가 2017년 마련한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 규제는 총 3단계다. 지난 1월부터 2단계가 우선 적용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정상~요주의 여신에 대해서도 더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3단계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저축은행 사태의 후유증

저축은행의 규제 완화 요구에 금융당국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3개월 이내 부채에 대해 현금성 자산(지급준비 예치금)을 100% 이상 보유하도록 돼 있는 유동성 비율 산정 규제를 1개월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예금의 0.4% 수준인 예금보험료율을 시중은행의 0.08%와 보험사의 0.15%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요구엔 예금보험공사가 반대하고 있다. 지역 영업 제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저축은행들의 요구도 당장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규제 강화의 명분으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꼽는다. 저축은행들은 당시 대주주와 지금 저축은행의 주주가 다르다는 점에서 현시점까지 과도한 규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고 반발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으니 각종 규제를 시대에 맞게 풀어달라는 요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 등 가계부채 억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어떻게든 변화한 환경에 적응해 영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서민 금융에 미칠 여파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