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스타트업 ‘코드42’에 투자해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높인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스타트업 ‘코드42’에 투자해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높인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네이버, 카카오 출신 기술자들이 세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코드42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현대차와 코드42는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 플랫폼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투자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평소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의선·송창현, 모빌리티 혁신 힘 모아

현대차는 “코드42의 기술진과 손잡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15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전략적 투자를 계기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드42는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지난달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출신 핵심 기술 인력이 대거 참여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자율주행, 지도, 빅데이터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인재들이 대거 코드42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기술 인력을 1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코드42를 세운 송 대표는 미국 휴렛팩커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에서 일한 개발자다. 2008년부터는 네이버에서 근무했다. 네이버의 기술연구개발법인인 네이버랩스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네이버의 음성인식, 기계번역(파파고), 딥 러닝,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정 수석부회장과 송 대표는 최근 만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코드42가 보유한 미래 모빌리티산업에 대한 통찰력과 서비스 플랫폼 운영 경험은 현대차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략적 투자를 계기로 코드42는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현대차와 협력해 다가올 모빌리티 세상을 위한 안내서를 만들겠다”고 했다.

코드42는 ‘유모스(UMOS)’라는 이름의 미래형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드론, 자동 배달로봇 등을 하나로 통합해 차량 호출, 차량 공유, 로보택시, 스마트 물류, 무인 배달 등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스타트업 투자 늘리는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2017년 하반기부터 다양한 기술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과거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전략적 투자에 나선다. 차량공유 기업부터 자율주행 기술 보유 기업,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제작 기업, 드론 기술 기업 등 분야도 다양해졌다.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싱가포르 차량공유 업체 그랩에 2억7500만달러(약 3100억원)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인도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에는 3억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했다. 기업 인수 등을 제외하면 현대차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외부 투자다.

성과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제네시스 G80을 공개했다. 현대차와 스위스 스타트업 웨이레이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도로와 건물 등 눈앞 사물에 운행에 필요한 정보가 덧씌워지는 방식을 적용했다. 운전 중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다.

현대차그룹이 기술 기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는 데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회사가 더 이상 제조업에 머물면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미래 기술 기업에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