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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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투자업계는 매각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항공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수 주체에 따라 항공여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차별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오전 11시22분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728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확실시되면서 정상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채권단으로부터 자구계획안을 거부당한 후 매각설이 불거지며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거래일간 46% 급등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고 경영정상화 수정 자구계획안을 논의한다. 지주사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살리고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선택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연결 자산 규모 8조2000억원, 매출 7조2000억원 등 그룹 연간 매출의 60%를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에어부산(보유지분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그룹 지배구조의 실질적인 몸통으로 여겨진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포함한 새로운 자구안으로 채권단과 이번주 초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오는 25일 6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회사채가 만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채를 막지 못하면 신용등급 강등, 회사채의 등급 하락 등으로 유동성 위험의 뇌관으로 여겨지는 장래매출채권 유동화증권(ABS) 조기상환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만기 전 등급을 갖춘 사채를 통한 만기 연장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아시아나 항공은 새로운 대주주를 맞이함에 따라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용등급 개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대한통운도 2012년 금호그룹에서 CJ그룹으로 매각되면서 회사채 신용등급이 'A0'에서 'AA-'로 두 등급 높아졌다.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자본 조달금리가 하락한다. 2018년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3조2000억원, 연간 이자비용은 1635억원이었다. 조달금리가 1%포인트만 하락해도 310억원의 이익이 개선된다는 추산이다. 유상증자 등 자본 보충으로 추가적인 차입금 축소 및 이자비용 감소도 가능하다.

삼성증권은 인수합병 이슈가 발생한 만큼 기대감에 주가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재무적 안정성이 높은 주체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중단거리 국제여객 중심의 항공사이면서도 서울 기반의 LCC(저비용항공사) 육성이 늦어져 경쟁업체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내줬다"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기타 항공사들에게 새로운 도전요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유력후보로 꼽히는 곳은 신세계와 제주항공을 소유한 애경그룹이다.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항공사를 거느리면 물류망 확대, 면세점 확보 등에서도 유리해진다. 제주항공이 중단거리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된다면 중단거리 노선 확대, 항공기단 증가를 통해 타 LCC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LCC인 제주항공은 단순한 사업구조가 장점인 만큼 대형 항공사를 인수했을 때 어려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제주항공은 보잉기(B737)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에어버스(A320) 중심으로 단거리를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항공기 운영 효율성 저하의 문제도 겪을 수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자는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33.5% 지분을 매입하고 연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1조2700억원까지 해결해야 회사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며 "대규모 자금력 뿐 아니라 항공업에 대한 높은 이해로 궁극적인 경쟁력 회복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