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등 문제에 봉착한 중소·중견기업의 매물이 늘면서 회계법인 등 인수합병(M&A) 자문사들이 부쩍 바빠졌다. 매물을 선점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물론 회계법인과 증권회사 간 합종연횡에 나서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적 네트워크와 자산관리(WM)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와 매각 자문 및 실사에 강점이 있는 회계법인의 ‘동맹’은 눈여겨볼 만한 움직임이다. 회계업계 1위 삼일PwC가 지난해 12월 신한금융투자와 제휴한 데 이어 2위 삼정KPMG는 올해 2월 삼성증권과, 이달 11일에는 NH투자증권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중소·중견기업 오너들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한 증권사가 리테일 조직을 통해 수요를 발굴하면 회계법인이 재무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매각 등을 돕는 식이다.

투자은행(IB) 조직을 갖춘 증권사들은 일반적으로 중소·중견기업 M&A는 쳐다보지 않는다. 인력이 많지 않다 보니 1000억원 이하 중소형 거래론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물 중 다수를 차지하는 100억~500억원대 거래를 회계법인에 중개해주는 대신 매각이 성사된 자산을 해당 증권사에서 관리해주는 식으로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해 잠재 매물을 발굴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한 곳도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해 6월 통상적인 재무자문 업무에서 벗어나 매물 발굴에만 집중하는 전담팀을 설립했다. 기존 회계사 중심 인력에 더해 사모펀드, 증권사, 언론사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력을 영입해 포스코그룹 계열사 리스텍비즈, 유아용품업체 수미 등의 M&A를 발굴하는 등 다수의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정KPMG도 경영권 승계 전문팀을 신설했다. 변호사, 회계사, 국세청 출신 세무사 등 전문가로 팀을 꾸렸다. 중소·중견기업의 지분 매각뿐 아니라 상속세 신고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삼성증권은 지난 10일 리테일부문 안에 가업승계연구소를 신설했다. 세무 부동산 등 전문가 20여 명이 합류했다. 사재훈 삼성증권 리테일부문장은 “창업 1세대 오너 경영자들의 은퇴시점이 다가오면서 상속 또는 기업 매각을 고민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며 “가업승계뿐 아니라 M&A 등 중소기업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