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나선 주력산업…전기차·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역량 키워
정부, 신산업 창출 적극 의지…"혁신 역량·여건 미흡" 지적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해온 제조업이 중국의 급부상과 대내외 여건 악화로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이 르네상스에 버금가는 혁신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도약하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일부 정책은 성과도 있지만, 산업현장에서 체감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긴급 수혈받은 주력산업, 재도약 시동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전략'의 세부 내용을 이행 중이다.

이 전략은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 단기 지역활력 회복으로 요약된다.

하던 것을 더 잘하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면서 지금 당장 힘든 분야나 지역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버티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경제 길을 묻다] ⑥제조업 부활, 신산업에 달렸다

자동차와 조선 등 최근 구조조정을 한 주력산업은 재도약이 목표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자율운항선박 등 앞으로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동안 정부가 기업에 필요한 일감과 자금을 지원한다.

기업들이 가장 원했던 자금 수혈의 경우 자동차는 3년에 걸쳐 3조5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약 20%가 지급됐으며, 조선은 1조7천억원 가운데 60% 이상을 지원했다.

일부 기업은 여전히 은행 문턱이 높다고 호소하지만 당장 급한 숨통은 트인 셈이다.

일감 확보를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을 오는 6월 말까지로 연장했으며, 2025년까지 중소 조선사에 발주하기로 한 총 140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추진선 가운데 올해 8∼9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산업은 중국 등 경쟁국과 '초격차 유지'가 목표다.

반도체는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경기 용인에 짓기로 했으며, 관련 수도권 규제가 지난달 26일 해결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10년간 1조5천억원을 투입하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막바지 단계이며 내년도 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있다.

5천700억원 규모의 '포스트 OLED' 기술개발사업은 작년 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올해 착수했다.
[한국경제 길을 묻다] ⑥제조업 부활, 신산업에 달렸다

◇ 따라잡는데 익숙한 한국, 신산업 창출 가능할까
정부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수소경제, 5세대 이동통신(5G) 등 4대 플랫폼 경제와 바이오헬스, 스마트공장·산업단지, 스마트 팜, 핀테크, 에너지 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미래차 등 8대 선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다.

특히 수소경제의 경우 한국이 충분히 '퍼스트 무버'(선구자)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수소버스 4만대, 수소택시 8만대, 수소트럭 3만대, 수소충전소 1천200개소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경제 길을 묻다] ⑥제조업 부활, 신산업에 달렸다

그러나 수소를 만드는 데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수소충전소 부족, 기술적 어려움, 전기차와의 경쟁 등을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신산업 창출은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 익숙한 한국에 쉽지 않은 과제로 앞으로 큰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능형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인공지능, 실감형 콘텐츠, IoT 가전, 지능형 로봇, 바이오헬스, 자율주행차 등 9개 신산업의 혁신성장역량이 대부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김도훈 경희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제조업에만 머무르면 안 되고 제조업에 서비스나 문화를 접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신속하게 변화에 적응해 새 산업을 만드는 능력을 높여야 하는데 정부 정책에서도 잘 얘기를 안 하고 기업도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지역 제조업, 아직 힘들지만 희망이 싹튼다
단기 지역활력 회복은 제조업 경기가 둔화한 지역의 산업생태계 복원을 위해 일감 확보, 신산업 창출, 사업 전환, 기업 유치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총 14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와 LG전자가 지난달 18일 광주지역의 공기(空氣)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일부 프로젝트에서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 길을 묻다] ⑥제조업 부활, 신산업에 달렸다

광주지역 중소 부품업체들은 이곳에 있던 삼성전자 가전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일감이 사라지자 최근 미세먼지 악화로 급성장하는 공기정화 기술 등 공기산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광주시와 LG전자, 지역 산학연은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제품 생산에 힘을 합쳐 광주를 '공기산업의 성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한국GM 공장 폐쇄로 침체한 군산에도 한 줄기 빛이 들었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엠에스오토텍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한국GM 군산공장을 매입해 2021년부터 연간 5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적은 전기차라 한국GM이 공장을 운영할 때보다 고용 인원도 적고 생산도 2년 뒤에 시작하지만, 미래산업이라는 의미가 있다.

◇ "기업이 주도적으로 혁신할 수 있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특정 산업을 선정해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이 주도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규제개혁 등을 통해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아직 투자 걸림돌이 많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 길을 묻다] ⑥제조업 부활, 신산업에 달렸다

규제개혁의 대표 성과로 내세우는 '규제 샌드박스'의 경우 신청한 기업별로 규제 유예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너무 느리고 제한적이며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50주년 위원회 사무국장은 "우버나 차량공유, 원격 진료 등 이익집단과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조정을 못 해서 신산업이 못 들어온다"고 말했다.

신산업의 경우 속도가 중요한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너무 늦게 시작한 면도 있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다시 만드니 기업은 이미 피곤해 지친다"면서 "계획 세우는 데 자꾸 시간 보내지 말고 하나라도 제대로 실행해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혁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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