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국가 부채 사상 최대

선심성 복지지출 등 포퓰리즘에 재정 무너지면 미래 없어
베네수엘라·아르헨·그리스…나랏 돈 펑펑 쓰다 경제 파탄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 국민 평균 체중이 1년 만에 11㎏ 줄었다. 인구 중 10%(330만 명)는 살기 위해 나라를 떠났다. 산유국으로 한때 중남미에서 가장 넉넉한 살림을 자랑했던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포퓰리즘 방심했다 ‘빚더미’

베네수엘라·아르헨·그리스…나랏 돈 펑펑 쓰다 경제 파탄

베네수엘라는 경제가 파탄 난 상태다. 직접적 원인은 2010년대 들어 국제 유가가 급락한 것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국가 채무 관리를 잘못한 탓이 크다. 주력산업인 석유산업의 침체로 정부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면 세금을 인상하고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일시적인 긴축 재정을 택해야 하는데 베네수엘라는 정반대의 길로 갔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유지하며 오히려 돈을 더 풀었다. 석유자원을 국유화한 뒤 석유 판매수익을 토대로 서민과 빈곤층에 무상 혹은 낮은 가격으로 주거, 의료, 교육 등의 복지를 제공했다.

단기적인 소득 증가에 힘입어 처음엔 빈곤층이 줄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곧 한계가 드러났다.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취임한 후 베네수엘라 경제 규모는 3분의 1 토막이 났다. 가격 규제로 기업 활동이 어려워지고, 복지비용 등 공공지출이 급증하면서 적자 재정이 이어져서다. 그나마 고유가 때는 사실상 유일한 수출품인 석유자원을 가지고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 장기화되고 장기간 석유산업 투자 부실로 산업 경쟁력을 잃으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대로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명목 GDP 통계를 보면 마두로 집권 전인 2012년 3315억달러에서 지난해 963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카라카스에 있는 싱크탱크 이코아날리티카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GDP가 추가적으로 3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빌린 돈 못 갚아 나라 ‘휘청’

정부 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베네수엘라의 국가 신용도는 급락했고 외국에서 빌린 돈을 돌려주기 힘들어졌다. 외환시장에서 베네수엘라 통화 가치는 폭락했다. 같은 돈으로 이전보다 훨씬 적은 물건만 수입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생활필수품을 들여올 수입대금마저 부족해지자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은 130만%에 달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자율이 뛰고 채무를 갚기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돈을 빌려준 글로벌 은행과 외국 각국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돈을 갚지 않는 나라와 계속 거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기업 씨티그룹은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돈을 빌리는 대신 담보로 맡긴 금을 매각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15년 씨티은행으로부터 금을 담보로 16억달러를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까지가 채무 상환 시한이었지만 때를 맞추지 못했고, 시한 연장 협의에도 실패했다. 외국 기업 활동과 교역 규모도 확 줄었다. 베네수엘라가 여러 해째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브라질, 중국 등의 기업이 속속 철수하고 국가 간 교역 규모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돈을 갚기 어려워지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국 자원 개발권을 외국에 넘기기도 했다. 러시아에 석유와 금광 등 자원개발 사업권을 매각했다. 그간 석유 수출대금 중 일부를 감면해주는 식으로 빚을 상환했지만, 최근 원유 가격이 폭락해 이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나라만의 문제 아냐…일대 사회 영향도

국가 채무 위기는 한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돈을 빌린 나라가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 채권국과 교역국들이 덩달아 휘청이고 글로벌 경제 지표가 하락하면서 경제위기가 확산되기도 한다. 2012년 유럽 재정 위기가 대표적이다.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PIGS) 등이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다 국가 채무가 급증해 금융위기가 왔고, 유럽연합(EU) 결속까지 위협했다.

나라의 곳간(재정)이 든든해야 그 나라의 영속성이 보장된다.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표만을 의식해 선심성 복지정책을 펴면 재정이 악화되고 국가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복지라는 명목으로 푼 돈은 경제 상황이 악화돼도 다시 거둬들이기 어렵다. 선심성 정책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한때 ‘경제강국’으로 불린 아르헨티나가 국가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수차례 IMF 구제금융을 받은 것은 ‘포퓰리즘 후유증’의 대표적 사례다.

■NIE 포인트

베네수엘라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 과도한 국가 부채로 위기에 처하거나 위기를 경험한 나라들을 정리해보자.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토론해보자.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생각해보자.

선한결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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