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체 화장품 브랜드 급성장…K뷰티, 혁신·현지화 안하면 퇴출"
“중국에서도 혁신과 현지화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15년 전 코스맥스의 중국 진출을 이끈 최경 코스맥스차이나 부회장(사진)의 말이다. 지난달 말 상하이에 있는 중국법인에서 만난 그는 “중국 화장품업체들의 요청 수준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정교한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 중국 브랜드에 밀려 1세대 중저가 한국 화장품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 대부분은 제조전문회사인 코스맥스차이나에 제조를 맡긴다. 2016년 2529억원이던 현지 매출이 2017년 3267억원, 지난해엔 4776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얘기다. 최 부회장은 “퍼펙트 다이어리, 주디돌 등 현지 브랜드들이 독특한 콘셉트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제조한 화장품을 중국에 판매만 하던 중저가 K뷰티 브랜드들은 제대로 현지화하지 못해 시장에서 철수했다”고 분석했다.

최 부회장은 K뷰티의 세대교체, 중국 현지 브랜드의 도약, 일본 고급 브랜드의 성장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지에서 발품 팔아가며 시장조사를 하고 트렌드도 읽어야 하는데 1세대 중저가 한국 화장품회사들은 이를 게을리했다”며 “독특한 콘셉트와 명확한 타깃 소비자를 선정한 파파레서피와 LG생활건강의 후 같은 브랜드들이 지금 K뷰티를 대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 브랜드의 성장에 대해 최 부회장은 “과거엔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하던 중국 브랜드들이 지금은 ‘브랜드 콘셉트를 논의하자’고 찾아온다”며 “화장품 생산방식이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에서 브랜딩에 참여하는 방식(OBM)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건으로 그는 제품 혁신과 현지화를 꼽았다. 차별점 없는 화장품을 매장에 대량 진열해놓는 예전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코스맥스차이나도 160여 명의 연구직원을 두고 현지에 적합한 혁신적 신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브랜드를 대표할 만한 소재 연구에 힘쓰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하이=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