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전년보다 17.2% 증가한 269억달러를 기록하자 “국내외 여건이 어려운 속에서 이룬 쾌거”라고 홍보했다. 작년 세계 FDI가 16.9% 감소한 가운데 낸 성과다. 하지만 불안 요소도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투자가 크게 늘었지만 3분기(-13.6%)와 4분기(-17.9%) 두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FDI 감소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수출 이어 외국인 투자도 급감…韓 경제 전망 더 어두워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11일 산업부에 따르면 올 1분기 FDI(신고 기준)는 1년 전보다 35.7% 줄어든 3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2012년(23억5000만달러) 후 최저치다. 유럽연합(-43.7%), 미국(-78.7%), 중국(-88.0%), 일본(-31.0%) 등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들의 FDI가 모조리 줄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경제 상황이 특히 안 좋고 일본, 중국도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며 “위기감이 크다 보니 해외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도 “작년 말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제도 종료의 영향도 있지만 FDI가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경기 둔화”라고 말했다.

작년 외국인 투자기업은 국내 기업 전체 매출의 12.0%, 고용의 5.7%를 차지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활동이 위축되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국내 경제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수출 역시 세계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12월(-1.7%)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은 올 1월(-6.2%), 2월(-11.4%), 3월(-8.2%) 등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가 올 들어 매달 10~20%씩 줄고 있다. 이번 달도 불안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10일 하루 평균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문제는 세계 경기 전망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3.3%를 제시했다. 6개월 전 전망치(3.7%)보다 0.4%포인트 낮췄다.

최근 FDI 부진엔 국내 경영 환경 악화가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요소가 늘다 보니 한국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구은서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