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원 규모의 군(軍) ‘차세대 디지털 무전기(TMMR)’ 사업 지연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방산업체들이 기획재정부에 양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피플웍스와 세아전자 등 162개 방산업체로 구성된 ‘TMMR 개발에 참여한 협력업체 연합회’는 지난 10일 탄원서를 통해 “TMMR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액이 624억원에 달한다”면서 “핵심기술 및 인력 유출 위험까지 늘고 있는 만큼 신속하게 양산을 추진해달라”고 호소했다.

TMMR은 아날로그 중심인 기존 군 통신체계를 디지털화해 미래형 전투체계를 뒷받침할 핵심 장비로 꼽힌다. 10년여에 걸친 개발 끝에 지난해 11월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양산 계획까지 승인했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 검토를 맡은 국방연구원이 “성능이 뛰어나지 않고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올해 양산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는 등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군의 TMMR 양산 계획에 맞춰 경영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설과 인원을 확충한 162개 중소 방산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내몰렸다. 162개 참여 업체 중 주요 25개사의 사전 투입비용만 414억원에 달한다. 본격 양산에 대비해 미리 뽑은 인원도 153명에 이른다. 사업이 늦어지면서 금융비용 부담은 물론, 인력 감축도 불가피한 형편이다.

국방연구원의 사업 타당성 검토 결과도 논란거리다. 국방부는 당초 TMMR 사업을 시작하면서 8㎞ 거리에서도 고용량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도록 통신 체계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기술로 이 같은 무전기 사양을 충족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이후 5㎞ 거리에서 고용량 데이터 통신이 되도록 개발 기준을 바꿨다. 그럼에도 국방연구원은 “5㎞ 사양의 무전기는 작전 효과가 떨어진다”며 사업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방연구원의 사업 타당성 조사는 국방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성을 보완하는 차원”이라며 “사업 타당성 자체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TMMR 개발에 참여한 협력업체 연합회는 청와대와 국회,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에도 TMMR의 신속한 양산사업 착수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