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통계자료 무시한 리더가 부른 '끔찍한 재앙'
영국은 지금 대혼란에 빠져 있다. 정부와 의회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방향을 잡지 못하자 국민이 들고일어났다. 정치 지도자들이 만든 혼란에 투표를 다시 하자며 무려 100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혼란이 촉발된 배경엔 리더의 판단 착오가 있었다. 2016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는 ‘설마 브렉시트를 찬성하겠어?’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국민투표에 부쳤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결과는 찬성이었다.

기업 리더도 마찬가지다. 2008년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칼 최고경영자(CEO)는 롬앤드하스를 인수하기로 한 뒤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다우케미칼을 고수익 기업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계약이라고 공언했다. 입찰에서도 공격적인 가격을 써내 무려 74% 프리미엄을 지급했다. 하지만 최종 계약이 발표된 날 다우케미칼 주가는 4% 넘게 급락했다. 모두 높은 프리미엄을 우려했지만 자신만큼은 예상을 깨고 잘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객관적 통계자료 무시한 리더가 부른 '끔찍한 재앙'
이처럼 리더의 판단 착오는 조직의 운명에 결정적이다. 엄청난 혼란과 막대한 손실을 야기한다. 이런 판단 착오는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앞의 두 사례엔 공통점이 있다. 동일한 현상을 외부 관점이 아니라 내부 관점에서 봤다는 점이다. 특정한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리더 주변의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 판단한 것이다. 객관적인 통계자료와 정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봤다. 선호하는 부분만 초점을 맞춰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대부분 자기의 생각을 검증하고 타당성을 입증하는 자료만 모은다. 자신이 정보를 스스로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리더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런 실수를 한다. 그 이유는 뭘까?

첫째, 자신은 우월하다고 생각해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다르다’라고 생각한다. 자영업의 5년 내 폐업률이 88%라는 통계가 있어도 다른 사람 얘기일 뿐이고 자신이 하면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과거에 운이 좋아 성공한 결과조차도 자신의 공으로 돌리기도 한다.

둘째,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미래의 일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미래에 발생 가능한 상황은 다양한데 자신은 성공할 것이라는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춘다.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몇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면 그 방안을 선택 전보다 훨씬 낙관적으로 보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마크 랜돌프 넷플릭스 CEO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의 사업 아이디어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아이디어를 계속 실험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줄이고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셋째, 실제보다 통제력을 더 갖고 있다고 자신해서다. 미래에 발생할 불확실성에 대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다. 성공 경험이 많은 리더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자신이 산전수전 모두 겪었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상황도 헤쳐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자신감이란 리더들에게 필수 덕목이다. 하지만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에 취해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961년 쿠바 침공 결정을 내렸다. 그는 “미국 최고의 브레인들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미국의 군사력이 함께하니 작전이 실패할 리도 없을 테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쿠바를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 결과 쿠바 침공은 실패로 끝났다. 리더의 자만심은 그 자체가 경계 대상이다.

이태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