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공장 '셧다운' 초강수 제시 VS 노조 부분파업 이어간다
-르노 본사, XM3 생산 스페인 공장으로 이전 고려


르노삼성차 노사가 임단협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부산공장 생산이 배정된 XM3 물량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르노그룹 본사도 생산 이전 카드를 배제하지 않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속 타는 르노삼성차, XM3 물량 지킬 수 있나

11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이번 임단협 난항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는 노조와 첫 상견례 이후 지속적으로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노조 위원장이 교체되고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갈등의 시작은 노조가 요구하는 고정 급여 인상 여부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과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을 주요 카드로 꺼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줄 경우 르노 스페인 공장 및 닛산 일본 큐슈 공장보다 생산비용이 오르는 만큼 인센티브 등을 통해 탄력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부산공장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출 경쟁력이 환율과 비용 절감으로 이뤄진 결과인 만큼 고정비를 높이기보다 수익을 일부 나누는 인센티브가 낫다는 의견이다. 또 현재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그룹 내 46개 공장 가운데 부산공장의 인건비가 세 번째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고정비 인상은 프랑스 및 일본과 비교할 때 미래 생산 경쟁력을 악화시켜 물량 배정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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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지난 9일 열린 25차 본협상에서 노조는 작업 전환배치 합의와 신규 직원 200명 채용, 시간당 표준 생산량 감소 등을 새롭게 내세우며 이를 사측이 수용할 경우 기본급 인상 억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회사는 신규 인력 채용 규모 등에 관한 것은 인사 및 경영권에 관한 문제로 노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회사의 인사권을 노조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임단협은 결렬됐고 노조는 작년 10월부터 부분파업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는 올해 9월 위탁 생산이 종료되는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을 언급하며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지난 2월에는 본사 임원이 직접 부산공장을 방문해 경영정상화를 호소했다. 때마침 닛산은 로그 후속 차종 투입을 감안해 재고조절에 나서야 하는 만큼 올해 로그 생산물량을 6만대 수준으로 감축하자고 통보했다.

물론 로그 물량 감소를 알고 있었던 르노그룹은 닛산 로그 물량 감소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 공개한 XM3의 부산공장 생산을 세워 둔 상황이다.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쿠페형 SUV XM3는 내수 3만대, 유럽 수출 8만대 등 연간 11만대 생산이 예정된 상태다. 따라서 생산 물량에서 위기는 크지 않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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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단협이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 르노 스페인 공장이 XM3 유럽 물량 8만대의 직접 생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QM3를 만드는 스페인 공장으로선 한국에서 생산, 유럽으로 XM3를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 생산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익을 늘리는 방안이라고 본사를 설득했다.

이 때부터 르노그룹 본사도 고민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XM3 생산을 위해 설비 투자를 마친 부산공장이 XM3 생산지로는 최적이지만 고정 비용 상승과 향후 거듭될 노사 갈등을 고려하면 스페인 공장에 선제적으로 추가 설비를 투자, 수익을 높여 투자비를 조기 회수하는 게 미래전략 측면에서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판매 부진과 경제 위기가 맞물려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경영 위기를 겪었지만 3년간 임금 동결을 골자로 하는 노사합의를 통해 공장 정상화를 이뤄낸 곳이어서 르노그룹 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공장 중 하나다.
속 타는 르노삼성차, XM3 물량 지킬 수 있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르노삼성 도미닉 시뇨라 대표는 급히 본사로 날아가 부산공장 생산물량 확보를 보장받기 위해 최고 경영진을 설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임단협을 이끌어 온 이기인 르노삼성 제조부문 부사장은 사의를 표명해 협상 결렬의 책임을 졌고, 회사는 특별 휴가를 실시해 공장 가동을 잠시 중단하는 셧다운을 검토 중이다. 나아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11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아가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해결방안 등을 들어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당장 추구해야 할 것은 노사 모두 새로 배정된 XM3 생산 물량 지키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로그 물량 감축은 예정된 수순이어서 감내하지만 새로 배정된 물량이 르노삼성 내부 문제로 스페인 공장으로 건너갈 경우 르노삼성의 구조조정은 불을 보듯 뻔해서다. 멀게는 부산공장 경쟁력 약화와 함께 그룹 내 르노삼성차 입지도 흔들릴 수 있는 형국이다.
속 타는 르노삼성차, XM3 물량 지킬 수 있나

한편, 물량을 지키기 위한 사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임단협 결렬에 따른 부분파업을 오는 12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난항이 장기화될 경우 전면파업이나 옥외집회 등 파업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경쟁자는 그룹 내 다른 공장"이라며 "한국지엠의 한국 공장 경쟁자가 곳곳에 세워져 있는 GM의 글로벌 여러 공장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르노삼성 노조는 한국 내 완성차기업이라는 사실만 가지고 현대차 울산공장과 같은 처우를 받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명백히 다른 사실은 르노삼성과 현대차의 경영진이 다르다는 점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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