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르노삼성차, XM3 물량 지킬 수 있나
-르노 본사, XM3 생산 스페인 공장으로 이전 고려
르노삼성차 노사가 임단협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부산공장 생산이 배정된 XM3 물량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르노그룹 본사도 생산 이전 카드를 배제하지 않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이번 임단협 난항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는 노조와 첫 상견례 이후 지속적으로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노조 위원장이 교체되고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그러자 지난 9일 열린 25차 본협상에서 노조는 작업 전환배치 합의와 신규 직원 200명 채용, 시간당 표준 생산량 감소 등을 새롭게 내세우며 이를 사측이 수용할 경우 기본급 인상 억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회사는 신규 인력 채용 규모 등에 관한 것은 인사 및 경영권에 관한 문제로 노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회사의 인사권을 노조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임단협은 결렬됐고 노조는 작년 10월부터 부분파업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는 올해 9월 위탁 생산이 종료되는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을 언급하며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지난 2월에는 본사 임원이 직접 부산공장을 방문해 경영정상화를 호소했다. 때마침 닛산은 로그 후속 차종 투입을 감안해 재고조절에 나서야 하는 만큼 올해 로그 생산물량을 6만대 수준으로 감축하자고 통보했다.
하지만 그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단협이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 르노 스페인 공장이 XM3 유럽 물량 8만대의 직접 생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QM3를 만드는 스페인 공장으로선 한국에서 생산, 유럽으로 XM3를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 생산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익을 늘리는 방안이라고 본사를 설득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르노삼성 도미닉 시뇨라 대표는 급히 본사로 날아가 부산공장 생산물량 확보를 보장받기 위해 최고 경영진을 설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임단협을 이끌어 온 이기인 르노삼성 제조부문 부사장은 사의를 표명해 협상 결렬의 책임을 졌고, 회사는 특별 휴가를 실시해 공장 가동을 잠시 중단하는 셧다운을 검토 중이다. 나아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11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아가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해결방안 등을 들어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당장 추구해야 할 것은 노사 모두 새로 배정된 XM3 생산 물량 지키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로그 물량 감축은 예정된 수순이어서 감내하지만 새로 배정된 물량이 르노삼성 내부 문제로 스페인 공장으로 건너갈 경우 르노삼성의 구조조정은 불을 보듯 뻔해서다. 멀게는 부산공장 경쟁력 약화와 함께 그룹 내 르노삼성차 입지도 흔들릴 수 있는 형국이다.
한편, 물량을 지키기 위한 사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임단협 결렬에 따른 부분파업을 오는 12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난항이 장기화될 경우 전면파업이나 옥외집회 등 파업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경쟁자는 그룹 내 다른 공장"이라며 "한국지엠의 한국 공장 경쟁자가 곳곳에 세워져 있는 GM의 글로벌 여러 공장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르노삼성 노조는 한국 내 완성차기업이라는 사실만 가지고 현대차 울산공장과 같은 처우를 받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명백히 다른 사실은 르노삼성과 현대차의 경영진이 다르다는 점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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