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産銀에 5000억 지원 요청
오너家 금호고속 지분 담보 내놔
"3년내 경영정상화 실패 땐 아시아나항공 매각하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보유 지분을 전량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3년 안에 경영정상화에 실패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10일 발표했다.

금호그룹은 유동성 해소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서(MOU) 체결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금호그룹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 앞서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다. 금호고속은 금호그룹 지주회사다. 2015년 산은의 금호타이어 지원 당시 담보로 잡힌 박 전 회장과 그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 42.7%도 추가로 제공한다.

금호그룹은 3년 안에 자구계획에 따른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은 등 채권단의 인수합병(M&A) 결정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금호그룹의 설명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열어 금호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을 검토할 예정이다.

마지막 승부수 던진 박삼구, 그룹 명운 걸고 '아시아나 사수' 올인

"3년내 경영정상화 실패 땐 아시아나항공 매각하겠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4·사진)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사실상의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출연하고, 정상화 실패 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만에 하나 아시아나항공이 그룹에서 이탈하면 재계 25위(자산 기준)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운수업체인 금호고속, 레저업체인 금호리조트만 거느린 소그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채권단 지원이 절박한 상황이다.

향후 아시아나 매각도 약속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0일 제출한 자구계획서를 통해 3년의 경영정상화 기간에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산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적극 협조하며, 보유 지분 및 상표권 사용 등 매각 절차에 하자가 없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를 매각해도 좋다는 의미다.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대가로 채권단에 5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3조44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올해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만 1조3013억원가량이다.

정부와 산은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박 전 회장의 사재 출연과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요구해왔다. 채권단은 박 전 회장 측이 ‘박 전 회장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출연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말 기준 박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금호고속 지분은 67.6%(보통주 기준)다.

박 전 회장 측은 지난해 말 696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차입금 만기 연장을 위해 산은이 보증을 서주는 대가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 전량 및 금호고속 지분 5.28%를 담보로 맡겼다.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담보는 금호고속 지분뿐이다. 정부와 산은은 박 전 회장 측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도 요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사실상 떼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전 회장 경영 복귀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구계획서를 통해 지난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와 부동산 등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겠다고 했다. 비(非)수익 노선 정리, 조직 개편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약속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산은과 협의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재건을 위해 3000억여원이 넘는 사재까지 출연한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자산 중 매각 후보로는 에어부산(지분율 44.1%)과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세이버(80%), 에어서울(100%),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개발(100%) 등이 꼽힌다. 부동산 중에선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호텔&골프리조트, 용인 아시아나CC 등이 수천억원대의 유동성을 확보할 만한 자산으로 거론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그의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44)이 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사장은 연세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에 입사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경영본부 상무를 거쳐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본부장을 맡는 등 다양한 사업군(群)을 경험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박 사장은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계열사 사장이자 그룹의 일원으로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회계 파문 사태를 의식한 듯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도 했다.

강경민/김보형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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