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하루 2시간이나 4시간씩 필요한 만큼 쪼개서 쓸 수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얘기다. 이 회사는 직접 개발한 개인별 자율 근무시간 관리 프로그램 ‘워크온’을 통해 직원들이 휴가를 유연하게 쓸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은행권 주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이 회사의 인사담당자들과 개발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은행에 최적화된 ‘맞춤형 근로시간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 2월부터 2개월간의 모의 테스트를 거쳐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연근무 시스템을 외주가 아닌 내부 개발자가 개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신이 사용할 시스템을 직접 개발한다는 높은 관심 때문인지 워크온은 개발에 착수한지 거의 보름만에 세상에 나올 정도로 빠르게 만들어졌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출근후 개인PC를 이용해 워크온에 접속하는 순간부터 근무시간이 계산된다. 직원 개개인은 자신의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을 직접 확인하며 스스로 근무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 자신의 근무시간은 부원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전직원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이 회사의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가 얼마나 일했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동료의 일한 시간을 보면서 자신의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많은지 적은지도 파악할 수 있다. 가령, 이번 달 카카오뱅크 1인 근로시간이 176시간이라면 10일까지는 평균 58시간 가량 일해야한다. 각 개인이 이 시간보다 덜 일했다면 일을 더해야 하고, 야근 등으로 시간을 초과했다면 스스로 근로시간을 줄여갈 수 있다. 기영주 인사파트 매니저는 “카카오뱅크는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자율을 보장하고 구성원을 믿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동료 직원들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정작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출퇴근은 자유롭지만 ‘오전 11시~오후 4시’만큼은 집중 근무시간이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이를 ‘협업의 시간’이라 부른다. 김효진 전략파트 매니저는 “협업의 시간은 업무몰입의 시간으로 직원들끼리 약속한 시간”이라며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부서간 협업의 가치를 최대한 살린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출퇴근은 자유롭다. 기영주 매니저는 “워크온 개발전에는 오전 10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으로 고정돼 있었지만, 지금은 오전 7시에 출근해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하루를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개인의 정확한 근로시간은 부서의 전체 업무량을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개발부서에 근무하는 조규태 씨는 “개발직은 밤을 새워 일해도 계량적으로 표시 되지 않았는데 워크온 덕분에 업무량이 많을땐 추가 인력을 요청할 기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인터넷뱅킹의 특성상 “퇴근후에도 일을 계속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기 매니저는 “개인 노트북의 반입반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어 업무 메일 확인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퇴근후엔 부서 카톡방도 못쓰게 하는 등 직원들의 ‘워라밸(일과삶의 균형)’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