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로 기업도 쪼들려…순자금 조달 규모, 6년 만에 최대
자금순환 기준 가계부채 1790조원…GDP 첫 추월
'민간소비 늘어서' 가계 여윳돈 역대최소…정부는 사상최대

지난해 민간소비가 늘면서 가계 여유 자금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기업은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자금사정이 쪼들렸다.

반면 정부는 세수 호조에 힘입어 여유 자금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찍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8년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49조3천억원이었다.

순자금 운용은 가계가 예금, 채권, 보험, 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여유 자금으로 통한다.

가계의 순자금 운용은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소다.

전년(50조9천억원)에 세운 최소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소비 완만한 증가세로 순자금 운용 규모가 전년보다 소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최종소비지출은 2017년 832조2천억원에서 지난해 867조원으로 4.2% 늘었다.

경상 성장률(3.0%)보다 컸다.

1년 전에는 신규 주택 매입 때문에 가계 여윳돈이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전년과 비교하면 지난해에는 주택 수요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거용 건물 건설 투자 금액은 108조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0.9% 늘었다.

증가율은 2012년(-0.4%) 이후 최소다.

세부적으로 가계 자금 조달은 금융기관 장기 차입금을 중심으로 123조7천억원에서 103조1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장기 차입은 대부분 주택 담보대출이다.

9·13 부동산안정대책 등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신규주택 매입 축소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보인다.

가계 자금 운용은 174조6천억원에서 152조4천억원으로 자금 조달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다.

금융기관 예치금, 보험·연금 준비금을 중심으로 축소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기업의 순자금 조달은 늘었다.

작년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은 39조8천억원이었다.

순자금 조달은 자금 조달에서 자금 운용을 뺀 값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예금 등으로 다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기 때문에 순자금 운용(운용>조달) 주체지만 기업은 가계 등이 공급한 자금을 가져다 쓰는 터라 순자금 조달(운용<조달) 상태다.

지난해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2012년(50조4천억원) 이후 가장 컸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순자금 조달이 확대하기도 하지만 지난해에는 사정이 달랐다.

한은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기업 수익성이 저하된 점이 순자금 조달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상장기업의 당기 순이익은 2017년 83조9천억원에서 지난해 79조2천억원으로 줄었다.

일반 정부는 순자금 운용 규모가 55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득세, 법인세수가 나란히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세수 호조에 힘입은 바가 컸다.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살림 상태로 통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10조6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적자 규모가 8조원 가까이 축소했다.

국외 부문의 순자금 조달은 80조3천억원으로 전년(107조7천억원)보다 축소했다.
'민간소비 늘어서' 가계 여윳돈 역대최소…정부는 사상최대

한편 지난해 말 국내 비금융부문의 금융자산은 8천17조8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6조7천억원 늘었다.

금융부채는 283조5천억원 늘어난 5천401조5천억원이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1천789조9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4%로 처음으로 100%를 넘었다.

국내 비금융부문의 순 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은 2천616조3천억원으로 96조8천억원 줄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1.48배로 전년 말(1.53배)보다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 금융자산은 1천939조8천억원으로 40조5천억원 감소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7배에서 2.08배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