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정기배송 스타트업 '블루미' 나기복 대표 <인터뷰>
꽃 정기배송 스타트업 '블루미'의 나기복 대표(사진)는 "꽃을 소비하는 패턴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꽃 정기배송 스타트업 '블루미'의 나기복 대표(사진)는 "꽃을 소비하는 패턴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생수에나 어울리는 정기배송 서비스가 이제는 미술품이나 꽃 같은 사치품 영역까지 넘보고 있는 시대입니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서 소비 시장에서의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어요. 소유에 관심 없는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기업이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나기복 대표(사진·41)는 꽃 배송에 구독 모델을 접목한 스타트업 '블루미(Bloome)'의 대표다. 2017년 창업 후 1년여 만에 5000명의 회원 수를 확보, 또 다른 꽃 배송 스타트업 '꾸까'와 함께 국내 소비자들의 꽃 소비 패턴을 바꾸는 데 신호탄을 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 대표는 창업 전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구독경제의 흐름을 읽고 여러 아이템을 물색하던 중 꽃 시장에 주목했다. 왜곡된 시장구조로 화훼농가에서 소비자에게 꽃이 전달되기까지 너무 많은 단계를 거쳐 제품에 대한 가격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던 시장이었다.

여기에 만성적인 경기불황과 경쟁사회에 지친 3040세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지출을 꺼리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향후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을 읽은 뒤 사치품으로 꼽히는 꽃 시장에서 '기회'를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구독 서비스에 따라 다르지만 싼 건 만원대에도 충분히 구독할 수 있다"며 "특정 기념일을 위해 꽃을 구매하는 비율은 5% 미만이고 일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돌보기 위해 구매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나 대표는 "길을 걷다 보면 스타벅스가 상당히 많이 보이는데 전국의 꽃 가게는 그것보다 많은 2만개 정도된다"며 "스타벅스의 16배에 달하는 꽃가게들이 있을 정도로 꽃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산업"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훼시장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패션 쥬얼리 시장이 약 6000억원,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1조원, 국내 음원시장도 1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나 대표는 정기배송의 핵심을 가격에서 찾았다. 구독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가격 문턱'이 낮아야 한다는 것. 그는 이를 위해 농가에서 직접 도매 원가로 꽃을 구입해 다듬어 온라인에 판매했다. 중간 마진을 없앴다. 비합리적인 비용을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납품했다.

약 2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치고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한 블루미는 현재 매달 2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올 연말까지 구독 회원 수가 2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 대표가 또 한 가지 주목한 것은 '데이터'다.

그는 "구독 서비스가 생필품을 넘어 꽃 같은 사치품까지 번지면서 전에 없던 소비자 데이터가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생수를 구매하는 소비자보다 미술품이나 꽃을 구독하는 소비자는 취향이 훨씬 더 개성 있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꽃의 사이즈, 구독 주기 등을 분석해 다른 맞춤 상품이나 서비스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1차원적인 소비자 데이터는 이미 많지만 사치품에서 드러난 소비자의 취향 데이터는 희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꽃 정기배송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스스로에게 꽃을 선물하는 비율이 60%로 다른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보다 많았다"고도 했다.

실제로 나 대표가 블루미의 소비자 패턴을 분석했더니 핵심 계층은 30~40대 직장인 여성들이었다. 또 기존에 하던 지출을 줄여 꽃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출 규모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사치품에 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필수품이 아닌 꽃이 구독이라는 형태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든 셈이다.

그는 "소유보다는 '경험' 그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는 소비자들은 오히려 더 제품에 대한 눈높이가 높다"며 "중간이 아니라 색깔이 분명한 서비스와 제품들이 구독경제 시대에는 더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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