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섬유화증 가능성…"여론 악화로 '질병 핑계 삼는다'는 비판 우려한듯"
"3월말 사내이사 연임 실패후 스트레스 등으로 급속 병세악화"
"유족·그룹 장례절차 논의…LA공항 KAL터미널 통해 운구 전망"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8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사망 원인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진그룹은 이날 조 회장 별세 소식을 알리면서 "조 회장이 오늘 새벽 미국 현지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충격적인 별세 소식 만큼 그가 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도 세간을 놀라게 했다.

조 회장이 6개월전 마지막 공식 석상에 나타났을 당시 병세를 의심할 수 없이 건강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는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초청 한미재계회의 30주년 기념 오찬 간담회'에 한국 측 위원장으로 참석할 당시 활발한 모습으로 회의 석상을 누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도 조 회장의 부고를 처음 알리면서 사인에 대해 "숙환으로만 안다"며 "정확한 병명이나 사인은 파악 중"이라고 감췄다.

그러나 사인을 두고 갖가지 '설'이 나돌자 사망 발표 40여분만에 조 회장의 사인이 폐질환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구체적인 병명을 두고도 폐암, 폐섬유화증 등이 거론됐지만, 그룹 측은 이에 대해 더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다만 조 회장 측이 지난해 영장실질심사 당시 검찰에 '폐가 섬유화되는 병'이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 폐섬유화증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폐섬유화증은 폐가 섬유화되면서 점차 딱딱해지고 기능이 떨어져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온몸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게 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이런 폐가 굳어 산소를 혈류로 옮기지 못함으로써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조양호 '폐질환' 왜 공개하지 않았나…병 숨기고 미국서 치료

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건너가 병원에서 폐 질환 관련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룹 측은 조 회장의 방미에 대해 LA에 있는 윌셔 그랜드호텔 등 사업장 방문과 요양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업무를 보지 않았고, 수술 후 LA에 있는 자택과 칼호텔에 머무르며 통원치료를 받았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LA 현지의 한 소식통은 "조 회장이 뉴포트비치 별장에 머무는 동안에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메디칼센터에서 치료는 받았던 걸로 들었다"라고 전했다.

검찰의 기소로 재판을 앞둔 조 회장이 작년 말 출국금지 조치 되지 않고 미국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폐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검찰은 조 회장의 변호인이 지난해 영장실질심사 당시 조 회장이 질병으로 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 이를 처음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미국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해 출국금지를 풀어주고, 영장을 다시 청구하지 않는 등 조 회장의 건강을 고려하며 수사 속도도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회장 측이 수사기관에 설명한 증상은 '폐가 섬유화되는 병'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실제로도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숨긴 것은 당시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여론이 워낙 나빠 질병을 핑곗거리 삼는다는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룹 측은 조 회장이 수술 뒤 경과가 좋았고 몸이 회복하는 단계였는데, 지난달 말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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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은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상실한 때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도전했으나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져 연임에 실패하고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했다.

이에 대해 그룹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총 결과가 나온 이후 경영권 박탈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 곁에는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가 남아 미국 현지에서 병간호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조 회장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에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급히 미국으로 떠나 아내와 3자녀가 모두 조 회장 임종을 지켰다.

조 회장의 장례절차는 현지에 있는 유족과 한국에 있는 한진그룹 사장단이 상의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은 "대한항공 임원들이 서울에서 8일 오후 항공편을 타고 LA로 온다고 들었다"면서 "운구 절차를 협의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LA국제공항(LAX)의 대한항공 화물 전용 터미널을 이용해 운구 과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LA총영사관 관계자는 "대한항공에서 아직 접촉 온 것은 없다.

운구과정에 재외공관이 특별히 서류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면서 "그동안 장의 문제를 협의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 적은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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