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별세, 한진그룹 지배구조 '흔들'…경영권 분쟁 가능성 '고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유족들이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을 온전히 상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커져 한진그룹주의 주가도 출렁일 것이란 전망이다.

8일 한진그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한진칼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이 17.84%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 등 특수관계인을 합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은 총 28.95%다. 2대 주주는 행동주의 펀드 KCGI(그레이스홀딩스)로 13.46%, 이어 국민연금공단이 7.3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진칼은 주요 계열사인 진에어 지분 60%, 대한항공 지분 29.96%, 한진 지분 22.19%를 가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국공항의 59.5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조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의 향방이 중요해졌다.

◆ 온전한 지분 상속,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유족들이 상속을 온전하게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양호 회장 별세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점은 자연스럽다"며 "다만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가 부인과 자식들에게 온전하게 넘어갈 지 여부는 '상속세'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속세를 무리없이 납부하게 되면 고 조 회장의 지분이 일가에 그대로 넘어와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해 지분을 온전히 넘겨받지 못하면 2대 주주인 그레이스홀딩스(KCGI)와의 분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CGI는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로서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참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현행 상속·증여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또 주식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 20~30%를 적용해 상속세율이 최대 65% 수준에 이른다. 상장기업의 상속세는 주식물납을 할 수 없다.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 상속세 1727억원 추정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알 수 있는 고 조 회장의 보유 유가증권 가치는 약 3454억원이다. 상속세율 50%를 단순 적용하면 그룹 일가가 부담해야하는 금액은 1727억원이다. 상속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이 있다.

주식담보대출로는 최대 609억원까지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가가 가지고 있는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가치는 1217억원으로 주식담보대출은 보통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1100억원이 모자라기 때문에 그룹사들의 배당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속세금은 5년 동안 분할 납부가 가능하지만 현재는 납부 가능한 자금과 부족분의 차이가 크다"며 "일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한진칼과 한진의 배당 증액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는 일가가 보유한 증권을 기초로 추정한 것으로 부동산과 기타자산을 상당수 보유한 만큼 금액은 변할 수 있다"고 했다.

주가는 비정했다. 이날 한진그룹주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모두 강세를 보였다. 경영권 분쟁의 상황 변화에 따라 주가의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오후 3시9분 현재 한진칼은 전거래일보다 5300원(21.03%) 급등한 3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진칼우는 가격제한폭(29.91%)까지 치솟았다. 대한항공 대한항공우 한진 진에어 한국공항 등도 2~14%의 오름세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재기됨에 따라 지분매입 경쟁 기대감에 한진칼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반대로 경영권 위협을 느낄 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의 우호세력 확보 방안 등의 가능성도 있어 낙폭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