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노후 대비 자산인 퇴직연금 수익률이 지난해 1%를 가까스로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지만 수익률이 낮고 연금 형태로 받아가는 사람도 많지 않아 내실은 여전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퇴직연금 수익률 겨우 1%…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아
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퇴직연금 적립·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90조원으로 1년 전(168조4000억원)보다 12.8%(21조6000억원)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적립금을 회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확정급여(DB)형이 121조2000억원, 근로자가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은 49조7000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은 1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뺀 연간 수익률은 1.01%로 전년(1.88%)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작년 말 기준 연평균 1.99%)의 절반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1.5%)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적립금 가운데 금융사가 떼어간 각종 수수료 비중을 가리키는 총비용부담률은 0.47%로 1년 새 0.02%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은 수익률 부진의 원인으로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의 자산 운용’과 ‘주식시장 불황’을 꼽았다.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가운데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은 90.3%에 달했다. 나머지 9.7%만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됐다. 원리금보장형은 연간 1.56% 수익률을 냈지만 실적배당형은 펀드 수익률 급락 등의 영향으로 -3.82%를 기록했다. 최근 5년과 10년 기준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1.88%, 3.22%였다.

지난해 만 55세 이상 퇴직급여 수급자 중 연금 형태 수령은 계좌 수 기준 2.1%에 불과했다. 대부분 일시금으로 받아갔고, 적립금이 적을수록 이런 경향이 강했다. 사업자별 시장 점유율은 삼성생명(13.0%) 신한은행(10.0%) 국민은행(9.0%) 기업은행(7.3%) 하나은행(6.8%) 우리은행(6.6%) 등의 순이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