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라이벌' 매일·남양유업의 뒤바뀐 운명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50년 라이벌이다. 분유와 우유 시장에서 격돌했다. 수십 년간 남양이 우위를 지켰다. 하지만 몇 해 전 매일유업이 남양유업을 제친 후 그 차이를 벌려 나가고 있다. 역전의 시발점은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사건’이다. 불매운동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남양유업은 동력을 잃었다. 직원 사기는 떨어졌고 신사업도 신통치 않았다. 그 사이 매일유업은 사업을 다각화하며 판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매출 격차만 2000억원 넘어

지난해 매일유업 매출(연결기준)은 1조3006억원으로, 남양유업 매출(1조797억원)보다 2200억원 많았다. 수익성 차이는 더 크다. 매일유업은 583억원이었고, 남양유업은 20억원에 그쳤다.

매일유업의 역전은 2013년 시작됐다. 대리점에 갑질하는 남양유업 직원의 음성파일이 공개된 사건이다.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그칠 줄 알았던 불매운동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의 성장을 막았다. 사건 직전 해인 2012년 남양유업 매출은 1조365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매일유업 매출과 비슷했다. 같은 해 매일유업 매출은 1조723억원으로, 지난해 남양유업과 비슷하다. 그대로 뒤집힌 셈이다.

기업 가치도 비슷한 수준으로 뒤집혔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시가총액은 각각 6782억원, 4188억원이었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남양유업 4428억원, 매일유업 6714억원이었다.

탈출구 없는 남양유업

남양유업은 이 위기가 제대로 된 전략 없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소비자 불매운동에 회사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퍼질 때 홍원식 회장 등이 직접 나서 사과와 보상 등을 하고 깨끗이 마무리해야 했지만 남양유업은 그렇게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남양유업의 주력 상품 판매는 부진했다. 맛있는우유GT 등 우유 매출은 2012년 6629억원에서 지난해 5649억원으로 주저앉았고, 분유 매출도 3780억원에서 2412억원으로 급감했다. 기업 분석도 사라졌다. 남양유업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는 지난해 2월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도 뭔가 바꾸려 한 흔적은 있다. 단발성 사회공헌 활동 등과 함께 지난해엔 회계법인 출신인 이정인 씨를 대표로 영입하며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남양유업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경영자(CEO)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 대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이 전 대표가 개혁을 추진하다 대주주와 임원들 반대에 부딪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회사 공식 창구인 홍보실장은 1년 새 두 번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가 1년 만에 나가고 홍보실장이 계속 바뀌고 있는 사실이 남양유업의 현실을 말해준다”고 했다. 남양유업이 기업문화를 바꾸고, 소비자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한 매일유업

매일유업은 이 빈틈을 치고 들어왔다. 남양유업에서 이탈한 우유와 분유 소비자들이 매일유업으로 옮겨왔다. 매일유업은 ‘소화가 잘 되는 우유’를 비롯해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 등 상품을 다양화했다.

이와 함께 저출산으로 우유와 분유 시장이 성장을 멈추자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 나섰다. ‘바리스타’를 필두로 냉장컵커피 시장에 진출해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성인을 위한 영양식 제품을 내놓으며 가정간편식(HMR) 시장도 진출했다. 상하농원을 설립해 6차 산업에 진출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도 바꿔나갔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일유업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출생아 수 감소에 따른 국내 조제분유 시장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전통적인 본업인 우유 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판단하고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것도 다양한 자회사 설립을 통해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정지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