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속 리비아 내전까지…국제유가 5개월 만에 70달러 넘었다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영국산 브렌트유가 올 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넘겼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의 감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이란 및 베네수엘라 제재, 리비아 내전 등으로 공급이 줄어서다. 최근 세계 경제 둔화 우려가 완화되고 미·중 무역갈등 해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요 감소 걱정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강하다. 월스트리트에선 유가는 중장기적으로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60달러대에서 안정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이란 제재 속 리비아 내전까지…국제유가 5개월 만에 70달러 넘었다
지난 5일 오후 5시(미 동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16달러(1.87%) 상승한 63.26달러로 마감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6월물은 1.08달러(1.4%) 오른 70.48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11월 12일(70.12달러) 이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브렌트유는 작년 말 50달러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올라 올 들어 상승폭은 40%에 이른다.

올 들어 유가가 뛰고 있는 것은 수요와 공급, 경제적 측면과 정치·군사적 측면 등 여러 분야에서 상승 요인이 강하게 작용해서다. OPEC+(OPEC과 러시아 멕시코 등 10개 산유국)는 올 1월부터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OPEC의 원유 생산량은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하루 3040만 배럴로 떨어졌다.

미국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 제재에 돌입해 원유 공급이 줄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엔 리비아 내전이 확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비아 동부 군벌인 리비아국민군(LNA)이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을 시작했다. 리비아 내전이 격화되면 공급이 줄게 된다.

미국은 또 5월 2일까지 이란 제재와 관련 8개국에 대한 6개월간의 유예 조치를 중단할지 결정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로(0)’로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세계 경제 측면에서도 단기적으로 호재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5로 넉 달 만에 확장세를 보이며 중국 경제 반등 신호가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지난 5일 3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경기 우려가 한층 완화됐다.

미·중 무역협상도 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카고 프라이스선물의 필 플린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유가가 배럴당 3~5달러 정도는 순식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치솟는 드라이빙시즌(5월 말~9월 초)도 다가오고 있다. 또 OPEC은 오는 6월 감산을 연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은 상태에서 추가 상승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더 오를 경우 셰일 오일 증산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고유가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코메르츠방크의 상품 연구 책임자인 유진 와인버그는 “브렌트유가 70달러를 넘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공격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스티펠의 마이크 스칼리아 연구위원은 “유가는 약간 더 오를 수 있지만 대략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