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KEB하나·우리·기업 등 주요 은행들이 ‘기업고객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가계대출 규제로 먹거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타깃은 우량 중소기업이다.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에 동참한다는 취지도 깔려 있다. 은행들은 경영지원 플랫폼과 법인고객 우대제도, 전담 영업인력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기업대출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자금·컨설팅 지원…'기업금융' 열 올리는 은행들
기업銀 “中企 텃밭 지킨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기대출 잔액은 155조3590억원으로, 중기대출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1%대 초저금리 대출 상품을 판매하면서 중기 대출 잔액은 올 들어서만 3조7766억원 증가했다.

기업은행은 이 같은 시장 입지를 지키기 위해 이달 말 중소기업 경영지원 플랫폼인 ‘IBK박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각종 금융업무는 물론 세무, 경영컨설팅, 판매처 중개 등 비(非)금융 서비스까지 지원한다. 기업은행은 시범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하반기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IBK박스에는 다른 은행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중소기업 경영지원 서비스도 포함된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정책금융상품을 골라주거나 지역별 공장 매물과 판매처 등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상 필요한 모든 금융업무를 지원하는 ‘디지털 금융비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고객 이탈 방지는 물론 신규 고객 유입 효과까지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시중銀 “우량 고객 확보가 우선”

우리은행은 올초 34명의 영업추진센터장을 발탁해 전국 20개 영업본부에 배치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소기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지난해 중기대출 실적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연초부터 지점장 경력 6~8년 이상 인력을 전면에 앞세워 중기 고객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 1분기에만 중기대출 잔액이 1조7850억원 늘었다.

기업은행에 이어 중기대출 잔액 100조원 돌파를 앞둔 국민은행은 지난 1일 금융권 최초로 그룹 통합 법인고객 우대 프로그램인 ‘KB스타클럽’ 제도를 신설했다. KB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은행과 증권, 손해보험, 국민카드, 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 거래 실적을 합산해 고객 등급을 매긴 뒤 차별화된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고객 등급을 MVP·로열·골드스타 등 3단계로 구분해 각종 금융거래 수수료 면제·감면 등의 혜택과 함께 컨설팅 등의 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부터 급여 이체까지 모든 금융 거래를 KB금융그룹으로 집중하면 차별화된 ‘원스톱’ 맞춤형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법인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기 중에서도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