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3월 미국 금융시장을 크게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거래에 0.1%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0.1%는 어쩌면 굉장히 작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세금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소액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이 세금의 목적은 고빈도 거래(HFT)를 방지하는 데 있다. HFT는 시장 움직임을 예상해서 빠르게 차익(arbitrage)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거래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사람 중 한 명인 브라이언 섀츠 민주당 상원의원은 모든 금융회사가 HFT를 부유한 투자자들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세금을 도입하자는 구상에 서명한 사람 중에는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커스틴 길리브랜드 등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이 세수의 40%는 상위 1% 가구의 수입에서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금을 지지하는 이들은 규모가 크지 않은 거래에 의존하는 소액 투자자들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선 매일 1조달러어치가 넘는 증권이 거래된다. 대부분은 대형 기관의 투자 매니저다. 이들이 부유한 투자자들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매니저들이 굴리는 돈 중에는 퇴직연금(401(k)), 공공연금, 중산층 가구가 투자한 자금 등이 포함돼 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세금도 이들의 투자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관련 비용을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기관들은 자동화된 HFT로 비용을 절감해서 트레이더를 덜 고용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이 그만큼 적은 비용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HFT가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고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실은 다르다. 고빈도 거래를 하는 트레이더들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거의 모든 자산군에서 파는 쪽이 요구하는 가격(ask price)과 사는 쪽이 요구하는 가격(bid price) 간의 호가 차이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거래세의 파괴적인 효과는 단순히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금융거래에 이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다가 차츰 일부 주식 유형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 줬다. 이런 정책 변화로 인해 세금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소속 왕융샹 교수는 이 거래세가 감소할수록 관련 기업의 자본 투자, 혁신, 자본 조달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섀츠 의원은 이런 소규모 거래가 “기업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이와 비슷한 금융거래세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두 나라에서 모두 이런 세금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유동성을 줄이는 것으로 귀결됐다. 금융거래세를 도입했는데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영국의 사례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영국에서 이 세금의 부정적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던 이유는 전체 거래의 63%가 이 세금을 면제받았기 때문이다.

금융거래세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는 이외에도 다양하다. 일단 이 세금은 시장 자체의 규모를 쪼그라들게 만든다. 조세공동위원회(JCT)는 단 0.1% 세율만으로도 향후 10년간 7770억달러(약 880조원)의 세수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금으로 걷어가지 않았더라면 생산적인 민간투자에 투입될 수 있는 돈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수익을 냈을 때만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걷는 것보다 훨씬 비효율적일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금융거래라는 것이 매우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세금이 적용되지 않는) 다른 지역으로 거래 장소를 바꾸면 된다. 예컨대 뉴욕에서 금융거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양쪽 당사자는 이 계약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꼽히는) 케이맨제도에서 체결되는 것이라는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쉽사리 이 세금을 피해갈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시장 참여자들이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을 막고 ‘시장 실패’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정용’ 세금을 도입하는 것을 지지한다. 간접흡연, 비만, 인공적인 기후 변화와 같은 부정적인 외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세금이 제안되고, 또 시행되고 있다. 누구든 이런 세금 하나하나의 비용과 효과를 놓고 토론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HFT는 간접흡연이나 비만, 기후 변화 같은 해로움을 끼치고 있지 않다. 만약 금융거래세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투자를 막는다면, 도대체 그런 세금을 도입하자고 제안할 이유가 무엇일까.

■ 고빈도 거래(high-frequency trading)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주문을 내서 거래 이익을 추구하는 트레이딩 기법. 단기간에 매도나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청산하는 거래 패턴을 반복하며 주문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자산 보유 시간이 100만분의 1초~수초 수준에 불과하다. 대체로 장이 마감되기 전에 포지션을 청산한다. 고빈도 거래(HFT)가 전체 상장주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장마다 다르지만 30~6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점점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원제: A ‘Tiny’ Tax on Trades Would Hobble Markets
[column of the week] 美시장 뒤흔들 민주당의 '0.1% 금융거래세' 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