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 여파로 지난 2월 수출이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입이 크게 줄지 않았더라면 경상수지가 82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설 뻔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36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흑자폭은 1월의 28억2000만달러보다 커졌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경기 침체와 투자 위축 등으로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 양상이 뚜렷했다.

2월 수출은 2016년 2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은 401억3300만달러에 그쳤다. 1년 전보다 10.8% 줄어들었다. 수입은 12.1% 감소한 346억5300만달러였다. 수출이 줄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54억80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2014년 7월 54억2000만달러 후 4년7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고 석유류 수출도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출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4월 외국인 배당액이 사상 최대로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4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출·수입↓…경상수지 '불황형 흑자'
이달 경상수지 적자로 돌아서나

전문가들은 지난 2월 경상수지가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수출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투자 감소, 내수 침체 등으로 수입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2월 수입을 품목별로 보면 소비재는 전월 대비 9.4% 줄어들었지만 자본재는 20.4% 급감했다. 산업 활동과 직결되는 수송장비(40.4%), 기계류·정밀기기(33.3%) 등의 수입 감소 폭이 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징후”라고 말했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수출은 상반기까지는 마이너스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데다 특히 우리가 수출을 많이 하는 중국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경상수지가 조만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이 몰리는 4월에 해외로 배당금이 빠져나가면서 임금·배당·이자 등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가 악화되고, 경상수지가 일시적으로 적자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선 점도 적자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원유는 전자기기에 이어 두 번째로 수입 규모가 크다. 올 들어 유가가 오르면서 원유 수입액은 1월 56억7000만달러에서 2월 60억2000만달러로 증가했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