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확 낮춘 예비타당성조사

'선심성 복지' 견제장치 무력화
정부는 복지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예타 결과만으로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예타를 통해 사업 추진 시기·방법·규모 등의 적정성 검토만 하기로 했다. 최근 10년간 복지지출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복지사업은 사실상 예타 '프리 패스'

기획재정부는 3일 내놓은 예타 제도 개편 방안에서 “복지·소득이전 사업의 평가 방식을 ‘시행·미시행’에서 ‘수혜계층·전달체계 개선’ 등 적극적 대안 제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뿐 아니라 복지·소득이전 사업도 중기(中期)지출 규모가 500억원 이상이면 예타를 시행한다. 그동안 복지사업도 SOC 사업과 마찬가지로 정책성과 경제성 분석을 통해 시행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예타 지침을 개정해 오는 5월부터 경제·사회·환경, 사업설계 적정성, 비용 및 효과성 등을 항목별로 점검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모든 항목이 적절하게 설계됐다면 바로 사업을 추진하고, 일부 보완이 필요한 항목이 있으면 정부가 대안을 제시해 조건부로 추진한다. 모든 항목에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나오면 예타 신청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현 정부 들어 복지사업에 예타를 면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제성 평가마저 느슨해지면 대부분 복지사업이 견제장치 없이 시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가재정법에는 ‘긴급한 경제·사회 상황 시에는 예타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정부는 이 조항을 들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13조4000억원이 소요되는 아동수당, 매년 3조원이 들어가는 일자리안정자금 등의 복지사업을 예타 없이 시행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예타 면제 사업을 줄이고 대부분 예타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