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가 자체 보유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HV) 관련 기술 특허를 경쟁업체들에 무상으로 개방키로 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EV)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도요타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장을 키워 시장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데라시 시게키 도요타자동차 부사장은 3일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요타가 보유한 2만3740건의 HV 기술특허를 무상으로 개방해 HV시장 확대를 도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술 개방기간은 2030년말까지다. 도요타자동차는 자동차 관련 회사 등이 기술 제공을 요청하면 협의를 거쳐 특허기술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자사 하이브리드 차량 대표 모델인 ‘프리우스’ 등에 채용된 모터 및 전력 제어장치, 대형 배터리 관련 기술 등 HV 핵심기술이 공개대상에 포함됐다. HV 양산 기술도 경쟁업체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요타자동차가 자사 보유 특허를 경쟁업체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세계적으로 연비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HV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잇달아 HV개발과 생산에 나서면 자연스럽게 HV보급도 확대될 것이란 기대다. 관련 부품 수요가 늘면 그룹내 부품사업 부문도 시장 확대의 혜택을 볼 수 있다.

HV가 활성화되면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EV에 대한 경쟁력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V 부품 중에는 수소전기차(PHV)나 EV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적지 않아 차세대 EV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럽과 중국 시장 등에서 강화되고 있는 배기가스 규제에 HV가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도요타의 HV기술 공개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EV시장의 전열을 재정비하는 ‘시간벌기’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