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업 중 벌어들인 수익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데도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좀비 기업’이 13%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의 지난달 31일 보도에 따르면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는 주요국 상장기업 4000여 곳을 조사해 이 가운데 좀비 기업 수가 536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BOA는 “지난해 경기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좀비 기업이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좀비 기업이 양산된 이유는 지난 10년간 저금리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이클 하트넷 BOA 수석투자전략가는 “2009년 이후 수익 구조가 무너진 많은 기업이 좀비 기업으로 전락했다”며 “그러나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되면서 정작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낮은 이자로 차입금을 쉽게 조달했고, 투자자도 쉽게 자금을 빌려 재무 구조가 위험한 회사에 투자하면서 좀비 기업 생명이 계속 연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둔화를 이유로 긴축 정책을 중단하고 다시 완화적인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은 이 같은 좀비 기업 퇴출을 더욱 늦출 수 있다. BOA는 좀비 기업이 만연하면 “효율적인 곳에 투입해야 할 자본과 노동을 낭비하게 된다”며 경제 전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우려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좀비 기업이 1980년대 후반 2%에서 2016년 12%로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금리로 이들 기업이 퇴출당하지 않고 좀비 상태에서 오래 버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면 이들 기업이 파산하면서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