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싱크탱크 ‘FROM 100’이 지난 26일 서울 세종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미세먼지와 건강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왼쪽부터 채승진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교수,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임지순 포스텍 물리·천문학부 석학교수, 박진배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김동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민간 싱크탱크 ‘FROM 100’이 지난 26일 서울 세종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미세먼지와 건강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왼쪽부터 채승진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교수,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임지순 포스텍 물리·천문학부 석학교수, 박진배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김동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는 도시공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민간 싱크탱크 ‘FROM 100’(대표 정갑영)이 주최한 세미나(한국경제신문사 후원)가 지난 26일 서울 세종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열렸다. ‘미세먼지와 건강정책’을 주제로 한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면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에너지원을 선택할 때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건강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적은 에너지원 늘려야

이날 참석자들은 국내 미세먼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원 활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연소시킬 때 나오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주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과정에서 많이 발생한다.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경부가 휘발유보다 20% 저렴한 경유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화물연대 등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석탄화력발전소에 미세먼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병령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원전 기술을 없애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정했다”며 “원전은 미세먼지 해결에 도움이 되는 만큼 국민이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도시공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 교수는 “서울 도시공원의 50%는 사유지인데 2020년이면 이 같은 사유지 도시공원이 사라질 위기”라며 “1952년 스모그 사건 이후 도시공원을 정부가 사들여 런던을 세계에서 공원 면적 비중이 가장 큰 도시로 만든 영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도 “도시공원은 도시에 바람을 불게 해 미세먼지를 줄여준다”고 말했다.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도 “광범위한 도시녹지를 조성하고 석탄발전소를 감축해야 한다”며 “범부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령층에 미세먼지 더 위험

김 대학원장은 “대기오염이 과거보다 심해졌다는 사람이 많은데 1980년대와 2000년대를 비교하면 국내 대기질은 상당히 좋아졌다”고 했다.

다만 이처럼 좋아지던 대기질은 2013년을 기점으로 다시 나빠지고 있다. 대기 정체 때문이다. 그는 “바람이 덜 불면서 국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나빠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미세먼지도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고 했다.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되면 심·뇌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임신부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 등도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유럽 의학학술지인 란셋에 2015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초미세먼지 때문에 조기사망한 사람이 420만 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김 대학원장은 “고령층은 젊은 층보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취약하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같다고 해도 고령인구가 늘면 사망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현/임유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