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최고경영자(CEO)들이 미래 자동차 시대엔 자연적 인력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회사는 인위적 구조조정보다는 늘어나는 정년 퇴직자를 대체할 신규 채용 규모를 최소화해 ‘자연적 인력 감소’를 유도할 방침이다.

▶본지 3월 19일자 A5면 참조

"미래차 시대…자연적 인력감소 피하기 어려워"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최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한 ‘2019 서울모터쇼’에서 기자와 만나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는 등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이 변하는 동시에 정년 퇴직자 수도 늘고 있다”며 “인력이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선 노동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정년 퇴직자 수만큼 새 인력을 뽑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전기차 생산 물량이 늘면서 인력 감소는 피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며 “합리적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 CEO가 이런 전망을 내놓은 이유는 미래차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려 있다. 내연기관 기반 차량보다 공정이 단순한 전기차 생산 물량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은 내연기관 기반 차량보다 20~30% 적다. 여기에 제조공정 개선 및 물류자동화 등에 따른 인력 감축도 필요하다.

현대차는 이미 노조에 “2025년이 되면 생산직 일자리 최소 7000여 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현대차는 2025년 국내에서 약 45만 대의 친환경차량(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 현대차 생산직 인력은 약 3만5000명이다. 2025년에는 생산직의 20%가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차의 정년 퇴직자 수는 2025년까지 1만7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이 기간 동안 신규 채용 규모를 줄여 자연적 인력 감축에 나설 계획이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이미 이 회사는 올 들어 생산직 대체 채용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기아차 생산직원 수는 2만여 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 데도 두 회사 노조는 정년 퇴직자 대체 인력을 정규직으로 충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을 줄여도 모자랄 판에 정규직을 더 뽑으면 그만큼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종관/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