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셰프들, 해외에 자신의 요리 적극적으로 알리길"
글로벌 호텔 체인 하얏트 호텔&리조트가 매년 개최하는 요리 경연대회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글로벌 결선에 오른 사람이 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내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근무 중인 오세봉 셰프(사진)다.

오 셰프가 글로벌 결선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개인 스토리와 배경을 음식에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전채 요리에 그물 모양을 형상화한 장식을 얹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고기를 잡으며 놀 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오 셰프는 충남 홍성 출신으로 유년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다.

비록 입상하는 데 실패했지만 그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큰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정해진 메뉴와 요리를 하다 보니 새로운 요리를 고민하지 않았는데, 이번 대회에서 세계적인 셰프들과 경쟁하면서 음식을 보는 관점과 시야가 한 단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2주간 휴가를 내고 이 기간 주방으로 출근해 다양한 요리를 실험하는 열정을 보였다.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초청 행사에 가족 대신 직장 선배인 조원기 제이제이델리 셰프를 초대해 조언을 받을 정도였다. 행사 기간에는 탈이 날 것을 우려해 밥도 거의 먹지 않았고 한다.

이 같은 열정과 끈기가 대회 결선에 오르는 밑거름이 됐다. 오 셰프는 “입상하지 못해 아쉽지만 다음에는 한국인이 꼭 우승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보다 많은 후배 셰프들이 요리 경연 대회에 나가 자신의 기량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셰프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한식의 세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호텔이 내놓는 고급 요리 시장에선 한식이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셰프들의 글로벌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과 일본 셰프들은 해외에 적극적으로 나가 자신들의 음식을 알리는데, 한국 셰프들은 상대적으로 세계화에 소극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 셰프는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셰프들을 세계 시장으로 내보내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이들이 한식을 접목한 요리를 꾸준히 시도한다면 한식 세계화가 먼 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