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근로일수·일용임금 놓고 소송

현재 자동차 손해배상 산정기준
月22일·공사장 노임 月275만원
대기업 직원이었던 김씨(46)는 2011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6년간 병원 신세를 졌다. 2017년 퇴원한 김씨는 가입한 대형 손해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7부는 최근 이 손보사가 피해자에게 사고 직전 월소득 500만원을 기준으로 정년인 58세(사고 당시)까지 6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년 이후 65세까지는 7684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사고가 없었다면 계속 일한다고 가정해 계산한 수입이다. 손보사는 이에 불복하고 다음달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법원이 계산한 보험금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지난 2월 육체노동 가동연한(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판결을 내린 뒤 60세 이후 기간의 손해배상액 산정을 놓고 피해자와 손해보험사 간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육체노동 정년 65세 연장 후 車보험 줄소송 왜?

“보험금 더 달라” 요구 봇물

삼성화재를 비롯한 손보사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 이와 관련한 자동차보험 소송이 20여 건 발생했다고 전했다. 손보사들은 지금까지 자동차 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노동능력을 상실하면 정년까지 일할 것으로 보고 임금을 계산해 보험금을 지급했다. 직장인은 직장의 급여, 무직자는 ‘공사부문 보통인부 임금(공사 노임)’과 ‘제조부문 단순노무종사원 임금(제조 노임)’의 평균을 일용임금의 기준으로 삼았다.

문제는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면서 생겨났다. 정년 이후부터 65세까지의 보험금을 어떤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지가 논란이다.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용임금의 기준이다. 보험사들은 공사 노임과 제조 노임의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다. 공사 노임은 하루 12만5000원, 제조 노임은 하루 7만2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은 이제까지 대체로 공사 노임 기준으로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둘째 쟁점은 월평균 근로일수(가동일수)다. 소송이 제기되지 않으면 보험사들은 월 25일을 적용한다. 하지만 소송이 붙으면 법원은 월평균 22일을 적용한다.

보험사들 “제도 바꿔야”

손보사들이 이번에 법원의 판결을 받아보기로 한 건 육체노동 정년이 65세로 높아진 만큼 관련 청구소송이 급증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보험사들은 지금까지의 법원 판결대로 만 65세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면 연간 125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정년 이후 임금의 기준으로 공사 노임 대신 제조 노임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정년퇴직 후 60세 넘어서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 보험사는 60세 이후 기간에 대해선 공사 노임(월 275만원) 대신 제조 노임(월 158만원)을 적용해야 한다며 3~4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보험사들은 월 근무일수도 하향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인 22일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주 5일 근무가 정착된 이후 월평균 근무일수가 줄어들었다는 게 보험사들의 분석이다. 법원은 1991년 이후 통상 월평균 근무일수를 도시 일용 22일, 농촌 일용 25일로 적용해왔다.

하지만 이로부터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데다 2005년 주 5일 근로제가 시행된 지도 14년이나 지나 현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게 손보업계 주장이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통계를 봐도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일수는 19.9일, 건설업은 17.1일이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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