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50%까지 인상하는 정부 개편안이 오히려 노후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정적인 직장 근로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재정학회는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기학술대회에서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놓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지난해 현행 제도를 유지하거나 기초연금만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소득대체율을 45% 또는 50%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12% 또는 13%로 인상하는 네 가지 개편안을 제시했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4.5%, 2028년 40%로 낮아지게 설계돼 있다. 보험료율은 21년째 9%다.

발표를 맡은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 상향은 노후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가 국민연금에 더 오래 가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정규직 근로자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97.6%에 달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수급률이 48.2%에 불과했다. 윤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주된 수혜자에게 추가 혜택을 주고, 이에 따른 부담은 후세대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 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 인상보다 더 많은 취약계층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를 감면하는 현행 제도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본인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특수근로자와 저소득 자영업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개편안에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작년 추계 결과 국민연금은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석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네 가지 안 모두 장기 재정안정화 방안이 없다”며 “재정안정화 방안을 포함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개편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특위 운영기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오건호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숙제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