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파고드는 지방은행…'살길' 찾아 상경행렬
지방은행들의 수도권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성장 돌파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새 고객 유치를 위해 은행들은 중소기업 특화영업, 저신용자 대출, 고금리 상품 등 저마다 카드를 꺼내 들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 수도권에 1~2개 지점을 추가 개설한다.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신도시에 지점을 열기로 확정했고, 고양과 시흥에는 지점 개설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지난해 경남은행은 21년 만에 상경길에 올랐다. 작년 8월 마곡(서울)·위례신도시(성남)·동탄역(화성) 지점을 동시 개점했다. 서소문·강남·여의도 등 서울에만 있던 영업점을 수도권으로 확대한 것. 경남은행의 서울·수도권 지역의 신규 영업점 개설은 1996년 개점해 1999년 폐점한 서울 잠원동 지점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이를 '북진정책'이라고 표현했다. 북진정책은 고려와 조선 시대에 북방으로 나라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추진됐던 대외정책이다. 예전에 차지했던 땅을 되찾는다는 의미는 아니나 북방으로 진출하려는 의지가 유사하다는 얘기다.

경남은행이 북방인 수도권으로 고삐를 쥔 것은 자동차 철강 기계 조선 업황 부진으로 경남지역의 경제 기반이 약화된 탓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울산·경남 지역과 달리 서울과 수도권은 신도시들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개발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금리 경쟁력을 갖춰 신도시 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DGB대구은행은 오는 5~6월 서울 강남에 복합점포를 개설하기로 했다. 삼성동에 위치한 강남 영업점에 하이투자증권의 증권 업무를 결합해 복합점포로 만들 계획이다. 이는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수도권 영업은 중소기업 대출 특화라는 기존의 전략을 유지한다. 대구은행은 현재 서울 3개점(을지로·강남·여의도), 경인 5개점(안산 반월공단·화성·평택·부천·인천)을 두고 있다.

대구은행은 "성장 가능성이 큰 서해안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금융벨트를 구축했다"며 "기업 여신에 출중한 지점장들을 각 영업점에 배치해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은행도 올 하반기에 수도권 신규 점포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2015년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 규제가 풀리면서 적극적으로 수도권을 공략해왔다. 서울(19개)과 수도권(12개)을 합해 총 31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신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출 틈새 영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수도권 공략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진출 규모에 따라 지난해 실적에 희비가 엇갈린 데다가 지방 경기가 쉬이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구은행의 순이익(2348억원)은 전년보다 20.2% 줄었고, 경남은행의 순이익(1690억원)은 23.7% 감소했다. 반면 이들 은행보다 수도권 영업 비중이 높은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3.5%, 50.5% 늘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광주·전북은행의 서울·수도권 수익 비중은 전체의 30~40%에 이른다. 일찍 수도권에 진출해 영업망을 늘린 까닭에 부진한 지역경제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다"며 "지방은행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수도권으로 꾸준히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