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멈춘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전망을 뚝 떨어뜨리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금융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美·獨·日 경기침체 조마조마…'안전 자산' 국채금리 동반 급락
27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연 2.381%로 전날 2.425%보다 4.4bp(1bp=0.01%포인트) 급락했다. 2017년 12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3개월물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심화됐다. 두 채권 간의 금리 스프레드는 6.5bp까지 벌어졌다. 2007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상 장·단기 금리가 이처럼 역전되는 것은 세계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로 여겨진다.

같은 날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약 2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연 -0.073% 수준으로 하락했다. 독일 정부는 이날 24억유로 규모 10년 만기 국채를 연 -0.05% 수익률에 발행하기도 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것은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 이자율이 급락한 탓에 마이너스 채권임에도 발행 물량의 2.6배에 달하는 입찰 수요가 몰렸다. 일본의 국채 10년물 금리 역시 이날 연 -0.08% 선까지 떨어져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독일 등 국채 수요가 급증해 금리가 내리는 것은 각국 실물 경기지표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경기 하강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주택착공 건수는 8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고,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신뢰지수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유럽의 제조업 강국 독일에선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1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각국 중앙은행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높일 계획이 없다거나,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까지 암시하는 것도 채권 금리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앞으로 경기가 더 과열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올 들어 Fed와 ECB가 잇달아 긴축에서 후퇴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채권 금리는 계속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시장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 것으로는 부족하고 추가 인하까지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날 스티븐 무어 새 Fed 이사 후보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올해 중 Fed가 한 번 이상 금리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물 투자자들의 비중은 80%까지 올라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자율 급락으로 인해 미국 채권시장이 10년 만에 두 번째로 높은 월간 수익률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독일과 일본은 금리가 만기에 원금도 다 못 받는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내릴 것이란 기대로 국채 인기는 여전하다. 금리가 더 하락하면 채권값이 올라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최근 금리 인상을 더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채권 금리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