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경영자로 '형제의 난' 겪고 개인·가족 문제로 구설 공통점

국내 항공업계의 양대 축이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나란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 회장이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직후 박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설명하며 퇴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다음날인 28일 박 회장의 퇴진을 공식화했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은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하기로 했다.
조양호 이어 박삼구도 퇴진…나란히 물러난 항공사 맞수

20년 가까이 국내 양대 국적항공사를 이끌어온 수장이 하루 사이에 자의든 타의든 대표직에서 내려오게 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 측이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의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에서 결심하게 됐다"고 밝힌 대로 박 회장의 퇴진에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문제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게 된 배경에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직 박탈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박 회장이 이동걸 회장을 만나기 직전인 27일 오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조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이날 2.5% 남짓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대표이사로서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조양호 이어 박삼구도 퇴진…나란히 물러난 항공사 맞수

이는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 총수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주주에 의해 대표직을 상실하자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주총을 하루 앞두고 박 회장 역시 주주와 여론의 극심한 반발을 고려해 결심을 내렸을 것으로 추측했다.

하루 차이로 물러나게 된 두 총수는 모두 2세 경영자로 '형제의 난'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 회장은 부친이자 그룹 창립자인 조중훈 회장이 1969년 항공기 8대를 보유한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고서 5년 뒤인 1974년부터 경영수업을 받다가 2002년 조중훈 회장이 세상을 떠난 다음해 2대 회장직에 올랐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을, 동생 조남호 회장과 조수호 회장, 조정호 회장이 각각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을, 메리츠금융을 물려받았으나 2005년 4형제는 부친의 유언장 조작 의혹 제기로 '형제의 난'을 치렀다.

박삼구 회장은 1984년 부친이자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경영수업을 받다가 1991년 출범한지 3년된 아시아나항공 대표에 취임해 2001년 그룹 부회장을 거쳐 2002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조양호 이어 박삼구도 퇴진…나란히 물러난 항공사 맞수

하지만 2006년 대우건설 인수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자 대우건설 매각을 제안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갈등을 빚으며 형제간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두 총수는 지난해 개인과 가족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 회항',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직원에 대한 폭행과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회장도 논란을 비껴가지 못했다.

조 회장은 현재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기내식 대란'을 계기로 직원들 사이에서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경영 경험이 없는 딸을 금호리조트 상무에 임명해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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